(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서울 강동구 고덕동 및 상일동 일대에 넓게 입지한 고덕주공·고덕시영 아파트 단지. 지은 지 20년 넘은 대규모 단지로, 근래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되며 대형 건설사들이 초대형 시공권 획득을 위해 적극적 표심공략에 나서고 있다.
현재도 1만가구가 넘고 재건축이 끝난 이후로는 족히 1만6000가구 이상이 될 단지에 자사의 깃발을 꽂고자 한 업체의 무한 경쟁은 결국 과당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개별 건설업체가 고용한 아웃소싱 요원은 단순홍보를 너머 타사비방·금품수수 또한 서슴치 않으며 주민도 각자의 입장에 따라 파가 갈리면서 일부는 소송도 불사한다.
고덕동 일대는 양호한 입지 조건과 높은 사업성으로 인해 재건축 단지 중에도 알짜로 꼽힌다. 그렇기에 '4조원 규모 대단지'인 서측의 둔촌주공 재건축과 시범 보금자리지구인 동측의 미사지구 개발에 무관히 오늘도 '수주전쟁'은 치열하다.
◆ '놓칠 수 없는' 초대형 재건축
이미 재건축을 통해 '고덕 I'Park'가 된 옛 주공 1단지, 공무원 임대아파트인 주공 8단지, 아직 재건축 가능 연한이 아닌 주공 9단지를 제외하면, 고덕주공 2~7단지와 고덕시영 현대·한라 단지는 각각 8260가구 및 2444가구가 들어서 있다.
이 대형 단지들은 재건축을 마친 후 1만2708가구 및 3295가구로 탈바꿈한다. 5299가구가 새롭게 생기는 것이다. 대지 지분이 많은 저층 위주 단지라 높은 사업성이 발생된 경우이다. 이는 고덕동 일대 모든 재건축 단지의 최대 장점이다.
◆ '최대규모' 고덕주공 2단지
건설사들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단지는 단연 고덕주공 2단지이다. 주공아파트 2600가구(71동)와 삼익그린12차아파트 171가구(2동)이 만나 재건축을 통해 4064가구(55동)의 단지로 변신한다. 현재도 대규모 주거단지이나 재건축 이후의 규모는 매머드급이다.
더군다나 지난 2003년에 'S&G컨소시엄'(삼성물산·GS건설의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했으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으로 S&G 측의 법적 시공권이 인정되지 않으며, 주민들도 기존 S&G를 또 뽑는다 하더라도 기존의 선정에 대한 추인 대신에 '큰 판'을 벌이고 싶어한다.
덕분에 삼성물산·GS건설을 뺀 건설사들은 신났다. 지난달 25일 현장설명회에 총 12개 건설사가 찾았고, 결국 지난 14일 끝난 재건축입찰에 S&G 컨소시엄 외에도 대림산업, 코오롱건설이 참여했다.
조합이 제시한 참여 조건은 50위권 이내 업체로 화의·기업회생절차 등을 진행하는 업체와 비상장업체는 불가하다. 대단지로서 브랜드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업체를 선정하려는 모습이라고 한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무능한 조합장'을 탄핵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3개 입찰자의 무상지분율이 모두 140% 미만(코오롱 132%·대림 133%·S&G 137%)이며, 건설사 제공 혜택도 '자로 잰듯' 같기 때문이다. 기본이주비가 3개 입찰자 모두 2억2700만원인 것도 '담합'이라며 분노한다.
덕분에 다음달 1일의 시공사선정총회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높다. '도급제·지분제 사업제안서를 따로 받아 유리한 경우를 뽑겠다'며 겉으론 콧대높은 모습의 조합이나, 실제로는 '조합을 믿지 못한다'고 말하는 조합원이 많기 때문이다.
◆ 컨소시엄 건설사를 갈라 싸우게 만든 고덕주공 6단지
고덕주공 6단지는 '컨소시엄 건설사를 싸우게 유도한' 경우이다. 2단지처럼 지난 2003년에 '두산-포스코 컨소시엄'을 뽑았으나, 새 입찰 자격에 컨소시엄을 차단해 다수 건설사의 경쟁 구도를 형성하였다.
기존에 컨소시엄을 이뤘던 두산건설과 포스코건설이 각각 치열하게 싸우면서 약간 앞선 고지를 점하고 있고 그 외에도 현대건설·대우건설·현대산업개발·SK건설 등이 눈독을 들인다는 것이 지역 부동산의 평가이다.
고덕주공 6단지는 880가구를 1524가구로 바꾸는 사업으로, 고덕주공 2단지보다 5대 건설사 외의 중견 건설사도 참여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규모이다. 오는 5월 15일자로 시공사 선정총회가 예정되어 있다.
◆ 기존 선정사에 대한 추인 가능성이 높은 고덕주공 3·4·7단지, 고덕시영 한라·현대단지
고덕주공 3·4·7단지는 도시 및 주거환경개정법 적용 이전에 각각 현대-대림 컨소시엄, 현대산업개발, 대림산업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지역 부동산은 '3·4·7단지는 기존 시공사 그대로 간다'라고 본다.
3단지는 단지 입구에 보이는 조합설립인가 현수막부터 컨소시엄에서 제공한 경우다. 일부 주민들은 '이미 여기는 OS도 다니지 않는 곳이다'라고 말할 정도이다. 지역 부동산도, 2단지 다음의 대규모 단지인 3단지(2580가구→3493가구)는 현대-대림 컨소시엄이 낚을 것으로 본다.
각각 재건축 이후 가구 수가 569가구와 1610가구인 4단지와 7단지는 현대산업개발과 대림산업이 우위이다. 하지만 두 단지는 롯데건설이 뒤늦게 조심스레 재건축 수주전을 벌이며 뜨거워지고 있다.
고덕시영 한라·현대단지도 과거 선정된 현대-삼성 컨소시엄이 수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시영한라 단지 및 시영현대 단지를 합쳐 2444가구인 이 곳은 재건축 후 3295가구로 탈바꿈한다. 이변이 없는 한 고덕주공 3·4단지와 함께 '기존사 그대로 선정될' 경우로 전망된다.
◆ '무주공산' 고덕주공 5단지
모든 건설사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대형 단지가 고덕주공 5단지이다. '기득권'이 없기 때문이다. 아직 조합설립인가도 받지 못했고 주민들도 특정 건설사에 쏠리는 분위기가 아니라고 한다.
덕분에 고덕주공 5단지는 삼성물산, GS건설, 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등이 치열하게 사전 정지작업을 진행중이다. 옆의 6단지와 함께 OS(아웃소싱 홍보요원)가 가장 많은 단지이다.
지역 부동산은 '중견업체 그랜드 컨소시엄' 분위기도 있다 전한다. 건설사 브랜드는 달려도 혜택으로 철저히 무장하려는 일부 중견사들이 5단지에 뛰어들고자 준비중이라는 것이다.
890가구인 기존 5단지를 1465가구의 새 아파트로 만드는 고덕주공 5단지 재건축. 조합 설립도 안 될 정도로 진척 속도가 느리기도 하지만 표심도 일치되지 않아 무주공산인 단지이다.
leejh@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