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영업시간 단축 1년…근무시간 오히려 늘어

2010-04-0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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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시간 그대로, 은행원들 불만 고조

"퇴근 시간이요? 예전하고 똑같죠. 출근시간만 빨라지고 퇴근시간은 그대로니 결국 근무시간만 늘어난 셈이죠"(하나은행 서울 중구지역 영업점 직원)

은행들이 은행 영업점 개폐점 시간을 30분씩 앞당겨 운영한 지 만 1년이 지났지만 퇴근시간을 제대로 보장해주지 않아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였던 영업시간을 지난해 4월 1일부터 오전 9시~오후 4시로 30분씩 단축했다.


야근이 잦은 은행원들의 퇴근 시간을 앞당겨 직원들의 여가생활을 보장해주고, 오전 9시에 문을 여는 증권사 영업점과 동일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은행원들은 출근시간만 빨라졌을 뿐 퇴근시간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서울시내 영업점에 근무하는 유모씨(29)는 "예전 출퇴근 시간에 대한 관성 때문인지 출근은 빨라졌지만 퇴근시간을 앞당기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영업시간 단축안이 제기됐을 때 금융산업노조는 결국 근무시간 연장을 초래할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야근 필요 인력만 지점장의 결제를 받고 △퇴근문화 개선에 참여하는 직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의 유인책으로 노조를 설득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당근들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모습이다. 은행들이 새 회계연도를 맞자 노사 합의 사항은 1년이라며 발뺌을 하고 나선 것이다.

기업은행의 경우 지난 1월 14일 경영진이 아무런 통보없이 경영평가에서 '퇴근문화 개선도'를 뺐다. 이에 기업은행 노조는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내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며 항의하기도 했다.

오치화 금융산업노조 홍보부장은 "은행별, 직원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퇴근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며 "기업은행과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달 예정된 임단협에서 퇴근시간 정상화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은행의 업무 시간이 앞당겨진 데 대한 고객들의 불만도 높다.

서울 삼성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한경(32)씨는 "은행에 가기 위해서는 상사의 눈치를 보면서 시간을 낼 수 밖에 없다"며 "자동차 영업점들도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아침 8시부터 밤 9시까지 문을 여는데 금융업무를 수행하는 은행들이 문을 4시에 닫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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