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출혈경쟁, 현 제도에선 불가피한 선택"

2010-04-0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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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가 낙찰공사는 '울며 겨자먹기'식입니다. 건설사가 일감이 없다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지요. 적자공사도 딸 수밖에 없는 건설사의 고통을 덜어주기는 커녕, 제재를 한다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A중견사 공공공사 영업TF팀장)

건설사들의 최저가낙찰제 공사입찰 서류조작으로 업계가 시끄럽다. 감사원은 지난달부터 조달청과 도로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3곳을 대상으로 최저가낙찰공사의 저가 사유서 허위 조작 사례를 집중 감사 중이다.

LH만 하더라도 중견 건설사 23곳이 실제 공사에 드는 비용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을 받기 위해 서류를 조작한 혐의로 감사 당국에 조사를 받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감사원이 LH를 포함, 조달청과 도로공사 등 3개 발주기관을 대상으로 내달 초까지 최저가낙찰공사에 저가사유서 허위 작성에 관한 실태를  감사 중이다.<관련기사 본지 3월 29일 18면>

저가사유서 조작혐의 선상에는 최저가낙찰공사를 수주한 중대형 이상 모든 건설기업이 포함된다. 현대건설과 삼성건설 등 상위 건설사를 비롯해 최저가낙찰공사를 수주한 1~3등급 업체가 모두 해당된다.

그러나 이들 건설사는 정부의 제도가 기업의 편법을 양산했다고 항변한다. 적자가 뻔한 최저가공사에 저가 사유서를 내도록 한 정부의 최저가 낙찰시스템이 근본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A사 공공공사 영업팀장은 "최저가낙찰제에서는 1원이라도 낮은 가격을 써내야 공사를 따낼 수 있다. 일감이 없다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가장 낮게 쓴 기업에게 사유서를 제출하라고 하는 낙찰제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사가 최저가낙찰제 공공입찰에서 저가사유서 조작이라는 고육책을 쓰면서까지 출혈경쟁을 할 수 밖에 없는 단초가 정부의 최저가낙찰제라는 것이다. 

B사 관계자도 "공공공사 발주물량이 갈수록 축소되는 상황에서 기업이 연명하기 위해서는 저가 출혈을 불사해야 한다"며 "더구나 최근에는 대형 건설업체들까지 이 대열에 합류해 경쟁이 더 치열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감사원이 건설업체들만 잡을 게 아니라 정부의 잘못된 제도를 개선토록 해야만이 공공공사의  입찰문화가 제대로 잡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 같은 저가 경쟁은 건설산업의 기술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동시에 건설사 부실의 원인이 되고 있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더구나 정부는 2012년부터 최저가낙찰제 대상 공사를 현행 300억원 이상에서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어서 출혈경쟁은 더 심화될 전망이다.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은 "최저가낙찰제가 확대돼 과당ㆍ출혈경쟁이 만연될 경우 하도급업체나 장비임대업체, 자재납품업체 등의 연쇄 부실화를 막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js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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