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인사이드] 법 조항 한 구절을 둘러싼 '갑론을박'

2010-03-1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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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발효된 '채권의 공정한 추심을 위한 법률'(공정채권추심법)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법 조항의 한 구절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정당한 사유 없이 반복적으로 또는 야간에'라는 문구를 어떻게 수정할지를 놓고 2개의 상반된 법안이 발의돼 있기 때문이다.

10일 금융권 및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채권의 공정한 추심을 위한 법률 개정안'으로 박영선 의원(민주당) 발의안과 공성진 의원(한나라당) 발의안 두 개가 상정돼 있다.

두 법안 모두 공정채권추심법 9조 2항과 3항을 손질해야 한다는 데에 동일한 입장이다. 공정채권추심법 9조 2항과 3항은 추심과 관련해 '정당한 사유 없이 반복적으로 또는 야간에' 채권자를 방문하거나 전화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영선 의원안은 불법 추심의 요건 가운데 '반복적으로 또는 야간에'라는 문구를 삭제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문구가 비연속적으로 주간에 행해지는 부당 추심을 합법화한다는 논리다.

반면 공성진 의원안은 '정당한 사유 없이'라는 문구를 빼자는 입장이다. 법 조항의 성격상 불법 추심의 명확한 기준이 필요한데 '정당한 사유'라는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또 정당한 사유가 있고 없고를 떠나 반복적이고 야간에 행해지는 추심 행위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공성진 의원실 관계자는 "두 법안 모두 채무자를 부당한 추심에 시달리지 않게 보호해야 한다는 기본 취지는 같다"며 "다만 채무자의 보호를 어떻게 더 명확하게 할 것이냐하는 표현 방식이 다를 뿐"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와 협회, 시민단체에서는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대체로 관련 업계에서는 채권자 입장에서 공성진 의원안이 상대적으로 더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공성진 의원안은 '반복적으로 또는 야간에' 행해지는 추심만 불법으로 보기 때문에 박영선 의원안의 '정당한 사유'라는 기준보다 더 명확하고 불법 행위의 범위도 좁기 때문이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채무자가 과도한 추심 압박을 받지 않으면서도 모럴 해저드를 방지할 수 있는 선에서 불법 추심의 기준을 정해야 한다"며 "정당한 사유라는 용어가 상호 동의를 내포한다고 해석하면 사실상 모럴 해저드를 방치하는 결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법 개정을 한다면 기준이 명확한 공성진 의원안의 방향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대부금융협회도 공성진 의원안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반면 신용정보협회는 '두 법안 모두 과도하게 채무자를 보호해 채권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제약한다'며 현행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박영선 의원안이 더 낫다고 보고 있다.

송태경 민생연대 사무처장은 "'정당한 사유 없이'라는 단어가 불명확한 것은 사실이지만 삭제하는 것보다 정당한 사유의 유형을 열거해서 보완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며 "이 조항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불법 추심 규제를 회피할 수 있는 '반복적으로 또는 야간에'라는 문구를 둔 점"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고득관 기자 dk@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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