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파워 코리아/대도약시대 열자) 車·철강·조선 "양(量)적 성장보다는 질(質)적 성장"

2010-02-0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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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도요타의 ‘품질 신화’가 무너졌다. 지난주 도요타는 미국·유럽 등지서 430만대의 대량 리콜 사태 해결을 위해 일시적인 생산 중단을 선언했다. 대규모 리콜과 생산 중단은 브랜드 이미지 실추라는 큰 오점을 남겼다.

도요타는 지난 2004년 세계 최대를 선언했다. 이후 원가 절감과 생산 대수 늘리기에 치중했고 결국 이 같은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이는 국내 기업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속 성장을 거듭해 온 국내 기업도 이제는 질(質)적 성장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 “이제는 브랜드 가치 키운다” -자동차

   
 
지난 1월 11일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소개된 현대차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콘셉트카 블루윌(Blue-Will). 현대차는 이 차량을 통해 미래형 친환경차의 청사진을 보여줬다. (사진제공=현대차)

“30여년 전 미쓰비시의 자료를 받기 위해 온갖 애를 다 썼다. 지금보면 아무 것도 아닌 자료를 받으려고 돈까지 지불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역전돼 미쓰비시가 우리와 협력을 맺으려고 하고 있다.”

유재형 현대차 국내상품본부 팀장은 지난달 중순 열렸던 쏘나타 2.4 시승 행사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자체 개발한 신형 엔진을 탑재한 쏘나타의 미국 출시를 눈앞에 둔 시점이었다.

이는 국내 자동차업계의 빠른 발전을 보여주는 일화다. 30년 전 대부분 주력 부품을 해외 기술에 의존해 조립 수출해 왔던 자동차산업의 변방 국가에서 주요 자동차 수출 국가로 성장했다.

현대·기아차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7.8%에 달했다. 세계 언론은 글로벌 경기침체를 겪은 지난해 가장 괄목할 성장을 거둔 브랜드로 현대차를 꼽았다. 올해 목표는 한걸음 더 나간 8.4%다.

하지만 ‘파이’를 키우는 것도 좋지만 중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키워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04년 미국 품질조사기관 제이디파워(J.D Power) 신차품질조사에서 일반브랜드부문 4위에 오른 이래 줄곧 상위권에 랭크돼 왔다. 지난해는 동 부문 1위를 기록했다. 아울러 제네시스가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 이 같은 괄목할 만한 기술적 성장에도 해외 소비자들은 아직 현대·기아차를 ‘저가 소형차’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대차는 기존 에쿠스, 제네시스로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오는 3월 미국에 출시하는 쏘나타 2.4로 도요타 캠리, 혼다 시빅 등이 주도하고 있는 중형차 시장에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진다.

데이비드 주코브스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 부사장은 지난달 북미국제모터쇼에서 “올해 쏘나타 20만대를 북미 시장서 팔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미국 자동차 업계의 전설로 불리는 밥 루츠 GM 부회장은 “앞으로의 자동차 시장은 점유율 순위 경쟁보다는 견실한 생산 및 미래 친환경차 시장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도요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고부가가치 산업 일궈낼 것” –철강

   
 
포스코는 지난해 9월 카자흐스탄 국영 티타늄 슬래브 생산 기업 UKTMP사와 티타늄 합작사 설립과 관련한 합의 각서(MOA)를 체결했다. 왼쪽부터 정준양 회장, 실바인 갤러 UKTMP 사장. (사진제공=포스코)

국내 철강업계는 양적으로는 이미 중국-일본-미국 등에 이어 세계 6위권이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국내 철강업계도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이 최대 철강 생산국이자 소비국으로 급부상하면서 한국 철강사에 ‘질(質)적 성장’이란 전략이 아닌 생존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철강업체들의 조강생산량은 5억6780만t으로 전 세계 조강생산량의 47%에 달한다.

이를 선도하고 있는 건 국내 최대 철강사인 포스코. 포스코는 고부가가치 사업과 자원확보, 녹색산업이라는 3가지 전략을 내세웠다.

지난해 말 카자흐스탄 국영 티타늄 슬라브 생산회사와 손잡고 ‘꿈의 소재’로 불리는 티타늄 소재 개발사업 진출에 첫 발을 내딛었다.

고급 비철금속인 티타늄은 우주·항공기용 소재부터 안경테까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며 일반 철강재보다 10배 이상 비싼 t당 4000만~5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포스코는 올 하반기부터 상업생산에 들어가 국내는 물론 중국, 유럽 등 전 세계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자원 확보를 위한 발빠른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안정적인 원료 수급이 철강회사들의 수익을 좌지우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호주 메이저 광산의 지분 매입을 시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 인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도 대우인터내셔널이 중앙아시아를 포함, 세계적으로 15곳에서 자원개발 사업을 벌이는 등 자원개발 역량을 갖췄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

포스코는 또 ‘친환경 녹색성장’을 기치로 내걸고 오는 2018년까지 총 7조원을 친환경 사업에 투자키로 했다. 이 때까지 합성천연가스, 스마트원자로, 발전용 연료전지 등서 10조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 “고부가가치에 집중해 1위 탈환” –조선

   
 
반잠수식 원유시추설비. (사진제공=삼성중공업)

세계 1위를 질주하던 한국 조선업은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수주량에서 중국에 뒤쳐졌다. 지난 2000년 일본을 제치고 정상에 올라선 지 10년 만이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이 지난달 1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체들의 연간 수주량은 315만4721CGT(점유율 40.1%)로 349만2435CGT(44.4%)를 기록한 중국에 처음으로 추월당했다.

국내 조선업체들이 중국을 잡고 1위 자리를 재탈환하기 위해서는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정상적인 글로벌 조선시장에서 중국 내 발주 선박, 일부 차별적 금융지원으로 선박을 수주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해양플랜트 등 우량 수요는 품질이 불안정한 중국보다 한국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내 조선업체들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히는 핵심부품의 저조한 국산화율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IT기술의 접목이 필요하다.

김태완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조선해양공학과)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경쟁국들의 맹렬한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조선과 IT융합이 절실하다"며 "이때 융합은 '1+1=1'의 화학적 결합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주경제= 김형욱·김병용·이정화 기자 ner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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