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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환(문화·레저 부장) |
국제 심판들도 “실력으로 따지면 올림픽 금메달은 당연히 김연아 몫”이라며 추켜세운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올림픽이 가까워질수록 김연아에 대한 집중 견제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김연아는 작년 11월 그랑프리 5차 대회와 12월 초 일본에서 열렸던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에서는 심판들의 점수 배점과 홈 텃세 등 부담감에 시달렸다. 이른바 김연아에 대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 부진을 거듭하던 아사다 마오가 2009 일본선수권에서 204.62점을 기록하며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아무리 일본 내 대회라지만 지나치게 후한 점수는 노골적으로 김연아와 올림픽 라이벌 구도를 만들어가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김연아는 지난해 12월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가 끝난 후 본격적인 올림픽 준비에 들어갔다. 신정 연휴에도 묵묵히 연습에만 몰두했다. 그러나 주변 상황은 갈수록 김연아를 마음 편하게 두지 않고 있다.
연초부터는 전주에서 열리는 2010년 4대륙 선수권대회 김연아의 참가 여부를 놓고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았다.
오타비오 친콴타 국제빙상경기연맹회장의 참가 강요에 오락가락한 한국 빙상연맹의 처신이 못마땅하다.
올림픽이 한 달도 안남은 시기에 선수의 컨디션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친콴타 ISU회장과의 관계를 고려해 혼란을 가중시킨 연맹의 무책임한 행동이 더욱 불만이다.
더 큰 문제는 친콰타 회장이 친서와 해외 여론몰이를 통해 김연아의 출전을 압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아사다 마오의 출전이 확정됐는데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김연아가 불참하면 올림픽 판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미 시카고 트리뷴 등 미국의 언론들은 벤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가 보복성 징계를 당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ISU의 공식 후원기업체는 총 7개로 이 중 4개가 일본기업이다. 따라서 일본의 입김이 거셀 수 밖에 없다.
이번 대회 출전이 올림픽에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팬들도 다 안다. 그렇기 때문에 한목소리로 김연아의 출전을 반대하고 있다. 김연아를 응원하는 '디시인사이드 피겨 갤러리'의 팬들은 "2010 4대륙 선수권 출전을 반대한다"면서 "전주에서 김연아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지만 올림픽에서 더 좋은 활약을 기대하려면 이번 대회는 포기하는 것이 낫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김연아는 이미 4대륙 선수권 불참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돌아가는 상황이 김연아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연맹이나 주변에서 상황을 확실하게 정리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책임 있는 관계자들은 달콤한 열매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외풍에 확실한 바람막이가 되어 주어야 한다.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이제 겨우 20살을 맞는 김연아에게 떠 넘겨서는 안 된다.
김연아의 또 다른 적은 ‘당연히 올림픽 금’이라는 과중한 국민들의 기대감이다.
베이징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첫 수영 금메달을 선물했던 박태환이 세계선수권에서 예선 탈락이라는 엄청난 충격을 국민에게 줬던 이유가 무엇인지는 누구나 알고 있다. 과중한 국민들의 기대감과 어른들의 욕심에 이리저리 휘둘릴 수밖에 없었던 결과인 것이다.
스포츠는 최고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최선의 노력도 필요하다. 지금은 김연아가 최선을 다하도록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전 국민의 기대감이 오히려 전 국민의 압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김연아가 남은 한 달 동안 올림픽을 차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전 국민들의 아낌없는 지원과 격려가 지금 절실히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