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 아레바를 쓰러뜨린 '한국전력'

2009-12-29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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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붕의 생각나무)

“마지막 사인하기 전까지도 믿어지지 않았다. 최종 사인을 하고 나서야 안심이 됐다. UAE원전 수주는 한전 60년사의 쾌거다.”

중동의 모래바람속에서 400억 달러 규모의 ‘원전수주’란 금자탑을 세운 김쌍수 한국전력공사 사장의 말이다.

한전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는 지난 1978년 국내 최초의 원전인 고리 1호기가 상용운전에 들어간 지 30년만의 첫 해외수출 사례다. 140만kW급 원전 4기를 건설하고 향후 60년동안 운영 및 유지보수까지 맡는 사업권을 따낸 것이다.

공사액 400억 달러(한화 47조원)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 292조원의 6분의 1에 달한다. 역대 해외건설사업 중 최대였던 리비아 대수로 2단계 공사(63억 달러)보다 무려 6배나 크다.

한국전력이 UAE측에 제안한 원전은 한국신형 원전(APR1400)이다. APR1400은 2002년 국내에서 개발이 완료됐다. 현재 신고리 3, 4호기 및 신울진 1, 2호기에 적용돼 건설중이다. 오는 2013년 신고리 3호기가 처음 완공될 예정이다. 국내에서조차 아직 실제로는 운영되지 않고 있는 원전이다.

한전은 또 한국전력기술을 비롯해 두산중공업, 현대 및 삼성물산 건설부문, 미국 웨스팅하우스, 일본 도시바 등 9개 협력사를 컨소시엄으로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UAE원전 수주를 놓고 ‘신의 뜻’, ‘천운(天運)’이라고 표현한다. 원전건설에 소요될 물량이 63빌딩보다 30배나 더 들 정도니 충분히 그럴만도 하다.

그러나 원전 전문가들은 이번 UAE원전 건설사업자 선정 의미의 방점을 공사 규모에만 두지 않는다. 원전 최대 수출국인 프랑스의 아레바사를 제치고 한국전력이 최종사업자로 선정된 데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 프랑스는 지난 수십년동안 원전 수출분야에서는 세계 최강국으로 군림해 왔다.

특히 프랑스 아레바사는 프랑스내 원자력 기업들이 합병해 설립한 회사로 주로 원자로 등 원자력설비를 제조하는 회사다. 종업원수만 약 7만5000명에 달하며 프랑스 정부가 지분 87%를 소유하고 있는 국영기업이다. 규모면에서 볼 때 한국전력(약 2만명)보다 거의 3배에 이른다.

이에 따라 UAE원전을 놓고 펼쳐진 이번 '아부다비대전'은 외부적으로 일종의 다윗과 골리앗 싸움으로 비쳐졌다. 하지만 최종 낙찰결과는 한국전력이 골리앗인 프랑스 아레바사를 극적으로 쓰러뜨린 셈이다.

그렇다면 UAE가 세계 최대 원전 수출국인 프랑스의 아레바사를 선택하지 않고 굳이 다윗(한국전력)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더구나 아직 국내에서조차 실제 가동되지 않고 있는 원전형을 선택하게 한 '물매돌'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이같은 '놀라운 선택'의 해답은 바로 '한전의 기술경쟁력과 범정부차원의 지원'이었다. 한국신형 원전(APR1400)은 안전성과 경제성 측면에서 한국표준형 원전(OPR 1000)보다 10배나 향상됐다.

30년전에 한국의 초기 원전들을 건설한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이번 컨소시엄에서는 하청업체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도 한전 기술력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는 반증이다.

세밑에 전국민을 기쁘게 만든 낭보를 전해 준 한국전력이 UAE원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제2, 제3의 UAE낭보를 전해주길 기대한다.

아주경제= 박재붕 기자 pjb@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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