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종업체들과 마찰 빚어…말만 '상생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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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호 SK해운 사장 |
지난 1월 신년사에서도 황 사장은 "올해에도 고난의 시기가 지속될 수 있지만, 경기를 선행하는 해운산업의 특성처럼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우리가 먼저 만들어 갈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SK해운은 컨테이너 시장에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벌크 시장 진출을 모색했다. 결국 SK해운은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들과 올해에만 2건의 유연탄 장기운송계약을 성사시키며, 최악의 시황속에서도 순항했다.
이는 최근 5년 동안 한진해운·현대상선·STX팬오션·대한해운 등 해운 '빅4'의 한전 발전 자회사들과 체결한 계약건수가 평균 0.5건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
하지만 올해 체결한 2건의 장기운송계약 가운데 지난달 한국동서발전과 맺은 수의계약이 문제였다. 이 계약은 10년 동안 연간 130만t 유연탄을 운송하는 장기계약으로 일본선사의 입찰 허용 문제로 두 번이나 유찰됐다.
국적선사들은 불황에 허덕이던 국내 해운업계 보호차원에서 일본선사가 참여하는 입찰에는 보이콧하기로 합의한 상태였다. SK해운은 이런 합의를 깨고 동서발전과 별도로 접촉해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로 인해 SK해운은 선주협회에서 제명당할 상황까지 몰렸었다. 다행히 선주협회 이사회는 SK해운의 제명을 결의하지는 않았지만, 향후 1년 동안 한전 발전 자회사들의 전용선 입찰에 SK해운의 참가를 제한하는 징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SK해운의 이번 계약은 평소 '상생 경영'을 강조해오던 황 사장 자신의 경영철학에도 어긋나는 것이어서 충격이 더 크다.
황 사장은 지난 9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발행하는 주간리포트에서 "한국 해운산업이 격량을 이겨내고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상생 경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위기를 극복하고 나아가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남극의 혹독한 추위와 절망적인 상황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18개월 이상 견뎌내며 탐험대원 전원이 생존해 돌아온 '섀클턴 탐험대'에게서 그 비결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해운업계 관계자는 "누구보다 해운업계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황규호 사장의 이번 선택이 쉽게 납득가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992년 유공해운(현 SK해운) 인력관리부장으로 해운업계와 인연을 맺은 황 사장. 이후 기획부장, 벌크선 영업본부장, 벌크선 영업 담당 상무, 벙커링 영업담당 상무 등을 역임하며 해운업 전반을 섭렵했다.
황 사장은 이후 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2003년 SK경영경제연구소, 2004년 SK CR전략실장, 2007년 SK 비서실장을 거쳐서 지난해 SK해운으로 금의환향했다.
실물 경제 경험이 풍부하고 경영 전략에 능한 황 사장이 이번 동종업체들과의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고, SK해운의 새로운 도약을 성공적으로 이끌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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