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코펜하겐협정에 대해 글로벌 기업들이 불만과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코펜하겐 기후변화 회의에서 도출된 합의문이 법적 구속력이 없는 데다 뚜렷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만 이번 회의가 오히려 불확실성을 높여 기업들의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현지시간) 로열더치셀을 비롯한 유럽의 에너지기업들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가 빠진 코펜하겐협정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8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막을 내린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 당사국 총회에서 각국 대표들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제한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의무화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에 따라 교토의정서가 폐기되는 2013년 이후 선진국(의무감축국)과 개발도상국(자발감축국)의 감축 목표 제시 시한은 내년 1월로 미뤄졌다. 법적 구속력 부여 시점 역시 내년 말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열릴 차기 총회로 연기됐다.
합의문에서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빠지자 기업들은 막막할 수밖에 없다. 전 세계 기업들은 지구온난화를 막는 데 필요한 연간 투자액인 5000억 달러의 90%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이보 더 부어 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은 "재계에서 법적 구속력을 갖춘 기후협약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피터 보셀 로열더치셀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합의문에는 각국이 기후변화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정치적 의지가 충분히 반영됐지만 이런 의지가 얼마나 구체화할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유럽 에너지기업인 이온(Eon)의 울프 베르노타트 CEO는 "코펜하겐에서 구체적인 합의안이 도출될 경우 온실가스를 더 빨리 감축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향후 회의 결과를 두고봐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문에 실망한 기업들의 친환경 전략 실천 의지도 약해질 전망이다.
독일산업협회인 BDI의 베버 쉬나파프 총책임자는 "독일 기업들이 환경규제가 덜한 국가로 생산기지를 옮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동일선상에서 환경경쟁력을 갖추려는 노력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트레버 시코르스키 바클레이스캐피털 환경부문 대표도 "코펜하겐회의에서 합의문 도출이 실패함에 따라 탄소시장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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