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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성 증권부 부장 | ||
한국거래소는 올해 초 공기업 지정 이후 처음으로 신임 이사장 선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23일 개최한다. 이날 총회에서 표결로 선출된 단일 후보는 금융당국과 대통령 승인을 거쳐 차기 거래소 이사장에 취임한다.
문제는 증권가에서 이동걸 신한금융투자 부회장이 면접심사에서 만장일치 추천을 받았다는 설이 흘러나오면서부터다. 거래소 후임 이사장은 이미 청와대에서 낙점한 상태라는 말이 계속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거래소가 직접 나서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이후 갑자기 이 부회장과 김봉수 키움증권 부회장과의 양자 대결설이 흘러나왔다. 이 후보의 유력설에 부담을 느낀 청와대나 금융당국이 의구심도 희석시키고 또 구색도 맞추는 차원에서 김 후보를 부각시켰다면 오버일까.
공교롭게도 이 부회장을 지원하는 청와대 공기업 인사 선임행정관 이 모 씨와 김 부회장을 밀고 있다는 청와대 윤 모 수석과의 기 싸움설까지 흘러 나왔다.
영남대 출신인 이 행정관이 일찌감치 이 부회장을 거래소 차기 이사장으로 밀었으나 윤수석이 김 부회장 카드를 들고 나와서 감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이번 경쟁은 고려대-청주 대(對) 영남대-대구 경북 양상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날 일은 분명 없다.
은행 출신인 이 부회장이나 증권 출신 김 부회장은 나름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해왔고 또 충분한 능력을 갖춘 인사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누가 증권 산업 발전에 적합한지는 주주들의 올바른 판단과 절차를 통해 인정해주면 된다.
여의도 증권가는 이번만은 제대로 된 인선으로 증권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이 거래소 이사장에 선출되길 희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증권사들이 지분 출자로 설립한 엄연한 주식회사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하기 때문에 공기업 지정이 맞는다는 논리로 올해 초 준공기업에 지정했다.
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직제상 장관과 차관의 중간급으로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매우 커 그 동안 정치권이나 전·현직 관료들이 탐내는 자리였다.
이정환 전 이사장도 현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가 밀고 있는 유력 인사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으면서 불러온 갈등이 결국 거래소의 공기업 지정과정에서도 높은 검찰수사와 감사원 감사를 받는 곤욕을 치렀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이번 거래소 후임 이사장까지 청와대나 금융당국이 입맛에 맡는 인사를 내정한 상태에서 형식만 갖추는 공모절차였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여의도에서 만난 모 인사는 이번 이사장 후보에 공모해보지 그랬느냐는 본 기자의 질문에 돌아온 답은 '이미 정해진 이사장 선출에 굳이 들러리를 설 필요 있겠어'였다.
혹시나 하는 바람이 역시로 끝나질 않길 바란다면 무리일까
MB정권이 들어서면서 이때가 아니면 기회가 없다며 공기업 수장 자리를 노리는 인사들이 부지기수라는 말은 정권 초기부터 회자되고 있다.
이제 정권에 따라 반복되는 자리 나눠 먹기식 인사보다는 능력 우선 인사가 정착되길 바란다.
얼마 전 거래소 한 관계자는 정부가 2개월 여 간 진행한 감사원 감사에서 꼬투리를 잡지 못하자 공식적인 감사는 종료했지만 지금도 수시로 자료 요청을 하는 등 사실상 상시 감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한국거래소 내부 분위기도 감사 결과 특별한 내용이 없어 실적 올리기를 위한 무리한 감사라는 불만만 높아지고 있다.
정권에 맞선 괘씸죄 대가 치고는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면 편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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