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영화(48)씨는 2년 전 경기도 용인에 아파트를 분양받았지만 아직 등기를 하지 못했다. 잔금을 모두 치러야 등기가 가능하지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잔금을 낼 여유자금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 양천구 목동에 전세로 살고 있는 신지영(34)씨는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집주인이 연말 재계약 을 앞두고 전세금을 20% 올려야 한다고 통지했기 때문이다. 내년 첫째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그는 학군 좋은 목동에서 떠날 생각하니 앞이 깜깜하다고 토로한다.
수도권 전세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다. 서울은 겨울철 학군수요로 전세난이 재가열되고 있는 반면 경기권은 입주물량이 대거 쏟아져 나오면서 전세값이 하락일로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11월 아파트 전세가 변동률은 서울이 0.39% 오른 반면 신도시는 -0.02%, 수도권은 -0.03%를 기록했다. 지역별 등락폭은 12월에 이어 내년에 더 벌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서울 전세값 고공행진 "세입자 나 어디로..."
한동안 잠잠하던 서울지역 전세가격이 또다시 급등현상을 빚고 있다. 가장 많이 오른 곳은 강남3구로 입주아파트 부족 현상 속에 겨울철 학군수요가 몰리고 있어서다.
강남구는 삼성동 상아2차 115㎡는 연초대비 1억8000만원이 오른 2억7000만~3억원,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116㎡가 2억1500만원 오른 5억~6억원에 전세가가 형성돼 있다. 잠실 주공 재건축 입주가 끝난 송파구는 신천동 파크리오 174㎡가 2억4500만원이나 올라 5억6천만~6억원, 잠실리센츠 158㎡가 2억1500만원 올라 6억~6억3000만원선이다.
특히 최근에는 새 아파트 입주가 마무리되면서 재계약 기간이 도래한 세입자들이 몰려 전세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닥터아파트 윤송희 전임애널리스트는 "강남권 전체적으로 물량이 부족한 가운데 새 아파트 전세가에 맞춰 인근 아파트 전세가가 동반 상승 중이다"고 분석했다.
강남뿐 아니라 9호선 개통 호재를 입은 강서지역도 전세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양평동 한신아파트는 112㎡가 올 초 1억8000만~1억 9000만원에서 2억4000만~2억5000만원으로 6000만원 정도 올랐고, 82㎡는 1억4000만원에서 1억8000만원대로 상승했다.
부동산114 조사를 보면 11월 서울에서는 새 아파트 입주가 마무리단계인 서초구가 1.00%로 가장 많이 올랐고, 전세가격에 맞춰 이동인구가 많았던 구로구와 학군수요가 많은 양천구가 각각 0.81%로 뒤를 이었다. 또 강남구가 0.71%, 성동구가 0.66% 상승했다.
◇입주폭탄 맞은 경기권, 전세값 급락
경기권역은 입주물량이 대거 쏟아지면서 세입자를 찾지 못해 집주인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지난 9월 전세대란의 우려 목소리가 높았을 당시 "10월 이후 경기권의 많은 입주량으로 서울수요가 경기도로 이동해 전세난이 안정될 것"이라던 정부의 발표는 이들에게 공허하기만 하다.
실제로 올 4ㆍ4분기 경기권에서는 5년 만에 최대 물량은 3만83가구가 입주했다. 이로 인해 입주가 예정된 경기도 판교와 광명, 용인, 남양주 등에는 반토막난 전셋집이 늘어난다.
2538가구 입주한 동판교 백현마을은 115㎡가 지난 9월 2억3000만원까지 했던 것이 1억6000만원에 급매가 쌓여있는 상태다. 서판교대우푸르지오는 2억 5000만원 하던 것 1억7000만원에 매물 있지만 거래가 실종상태다.
이달 28일 4000여 가구 입주예정인 광명소하지구는 84㎡(33평)이 1억4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되고 있다. 입주아파트가 대거 쏟아져 나오면서 하안동 등 인근 아파트들은 같은 규모라도 1억원 정도면 전세입주가 가능하다.
남양주는 더 심각하다. 지난 10월부터 내년 2월까지 입주물량이 대거 몰려 있지만 145㎡형의 전세가가 9000만원, 110㎡형대는 7500만~8000만원선에 형성돼 있다.
진접114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145㎡형 분양가가 4억을 훨씬 넘는 상황인데 전세가가 1억원도 안 되니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난감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하지만 세입자가 많지 않아 현재로선 전세가가 오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2010년 전세시장은>
◇전세 양극화 "내년은 더 심각"
서울과 경기권의 전세난 양극화는 올해보다 내년에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는 입주물량이 내년에도 대거 쏟아져 나올 예정인 반면 서울과 인천지역은 올해보다 더 적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은 정부가 기존주택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할 의지가 전혀 없고 고교선택자율제에 따른 학군수요 확산과 더 싼 보금자리 등을 청약하기 위한 대기수요로 전세난이 심각해 질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2010년 강남권에 입주하는 아파트는 2006~2008년 평균치(1만7373채)의 25% 수준인 4492가구에 불과하다. 전세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반면 경기(171단지, 9만1359가구)지역은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물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은 2008년(12만2417가구)에서 1만1937가구 많아진 13만4354가구가 새 주인맞이에 나선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세 양극화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서울의 경우 재건축ㆍ재개발사업은 늘고 있지만 이주대체 물량은 적은 만큼 개발사업의 시기 조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함 실장은 또 "더 큰 문제는 주택 수급불균형 문제를 해결해 입주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거나 아예 나오지 않는 현상을 없애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js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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