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종연횡' 세계車 시장··내년 '진검승부'

2009-12-1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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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 스즈키 인수로 1위 탈환 노려
-미쓰비시 인수 추진 푸조, 현대·기아차 ‘위협’
-현대·기아차 “공격경영으로 불황 정면 돌파”

올해 8월 이후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금융 위기로 침체를 겪던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최근 대규모 합종연횡에 나서며 2010년 글로벌 시장에서 진검승부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짝짓기는 서로의 강점을 살려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자동차 업계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당장 글로벌 판매순위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게 되기 때문에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인수합병의 중심은 유럽과 일본 업체들이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포르쉐를 인수한데 이어 지난 9일 일본 스즈키의 지분 19.9%(약 2조9000억원)를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세계 4위인 폴크스바겐과 10위인 스즈키의 짝짓기는 도요타를 압박하고 있다. 이들 회사의 지난해 판매량은 836만대다. 876만대로 세계 1위인 도요타를 바짝 추격하게 된다.

프랑스 푸조시트로앵(PSA)은 일본 미쓰비시 지분 30~50%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세계 8위인 PSA와 14위 미쓰비시의 짝짓기는 현대·기아차에 위협이 되고 있다. 두 회사의 판매량을 합치면 연간 442만대로, 445만대 수준인 현대·기아차를 근소한 차로 압박하게 된다. 6위인 현대·기아차를 밀어낼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글로벌 업체들의 합종연횡이 몸집 불리기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퍼즐 맞추듯 서로의 강점을 살리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소형차와 인도시장에서 강점을 가진 스즈키로 인해 폴크스바겐은 중국 못지않게 큰 시장인 인도에서 점유율 확대를 노릴수 있게 됐다. 스즈키는 폴크스바겐의 전기차 기술을 들여올 수 있게 된다.

시장규모에서 미국을 제친 중국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벤츠는 중국에 디자인센터를 세워 현지 맞춤형 모델을 출시한다. 이탈리아 피아트도 중국 광주기차와 손잡고 합작공장을 설립키로 했다. 이미 피아트는 인도 타타자동차에 동남아시장 판권을 맡긴 상태다.

이 역시 현대·기아차에게는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인도 소형차 시장에서 급격한 성장을 구가하고 있었는데, 일본에 이어 유럽업체와 도 다시 승부를 벌이게 된 것이다. 점유율 확대를 위한 묘수를 짜 내야 할 판이다.

도요타와 제너럴모터스(GM)도 세계 1·2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경쟁사의 공세에 대비하고 있다. 강력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최근 흑자를 내며 판매량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 업체들도 미국과 유럽 자동차 브랜드를 사들이며 경쟁에 대비하고 있다. 잠잠하던 세계 자동차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합종연횡으로 내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일대 접전이 예상된다”며 “세계 5위를 눈앞에 둔 현대·기아차로서는 전열을 재정비하고 선제적 대응전략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힘든 싸움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14일 열린 ‘해외 판매 대책회의’에서 해외법인장들과 글로벌 업체들의 합종연횡에 대한 보고를 받고 전략 마련을 위해 심도 깊은 논의를 벌였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내년에도 공격경영으로 국내외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신차 출시와 조지아와 브라질 등 해외공장 건설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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