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월가 금융권 맹공격

2009-12-1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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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고액보수 관행으로 위험을 키워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월가에 또다시 일침을 가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인터넷과 라디오로 방송된 정례연설에서 대규모 정부자금 수혈로 되살아난 월가의 금융권이 정부의 금융감독 강화 움직임에 반발, 로비스트들을 동원해 맹렬하게 싸우려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단기이익에만 급급해 장기적인 결과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위험한 대출과 복잡한 금융상품을 가지고 도박을 벌인 월가의 무책임에서 경제가 이제 막 헤어나오기 시작했을 뿐"이라면서 "(월가의 경영은) 관리없는 위험관리였다"라고 꼬집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월가에 대한 규제가 좀 더 분명하고 강력했더라면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금융규제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월가의 금융계 인사들을 '살찐 고양이'에 비유하며 거칠게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전날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월가 은행들의 거액 보너스 지급계획과 관련, "소수의 살찐 고양이 같은 은행가들을 도우려고 대통령에 출마하지는 않았다"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나를 당혹스럽게 하는 것은 납세자들의 지원으로 혜택을 본 은행가들이 바로 의회에서 로비스트들과 함께 필사적으로 금융 규제에 반대하는 이들이라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 하원은 11일 금융위기 재발방지를 위한 금융규제 개혁법안을 찬성 223표 대 반대 202표로 통과시켰다.

이번 법안은 그동안 느슨했던 금융규제 체제를 강화하고 '소비자금융보호국(CFPA)'을 신설하는 등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은 입법될 경우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 금융개혁안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공화당 의원들과 업계의 반발이 예상돼 금융개혁안이 상원을 통과하기까지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번 법안은 하원 통과에도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찬성표가 223표에 그쳤다는 것은 민주당 하원의원 262명 가운데 상당수가 법안을 반대했다는 의미다.

물론 공화당 의원들 역시 이번 개혁안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제브 헨살링 하원의원은 "금융개혁안은 뉴딜정책 이후 가장 광범위하고 가혹하며 급진적인 법안"이라면서 "미국 경제를 정치화하는 큰 발걸음"이라고 지적했다.

증권산업 및 금융시장 협회(SIFMA)도 성명을 통해 "금융시스템을 개혁하고자 하는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와 뜻을 같이 하고 있다"면서도 "개혁안의 모든 내용에 동의하지는 않는다"라고 밝혔다.

또 상원 은행위원회가 마련한 금융개혁안은 하원의 것과는 상당 부분 다르다는 점에서 앞으로 일부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상원 은행위원장인 크리스토퍼 도드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초안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연방저축기관감독청(OTS), 통화감독청(OCC) 등 4개 감독기관에 나눠져 있던 현재의 금융기관 감독 권한을 신설되는 금융기관감독원(FIRA)으로 흡수 통합하자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는 FRB와 FDIC의 권한을 남겨둔 채 나머지 두 기구의 기능을 통합하는 하원 금융개혁안과 차이가 있다. 상원의 주요 공화당 의원들은 하원의 법안을 선호하고 있다.

상원 은행위원회는 도드 위원장이 공개한 초안이 공화당의 반대에 부딛히자 새로운 절충안을 마련중이다. 특히 임원 보상, 파생상품, 기업 지배구조, 시스템적 위험 등에 대해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까지 절충안의 밑그림은 그려지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최종 입법 가능한 금융개혁법안이 마련되기까지는 대대적인 조율로 인해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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