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회의 코펜하겐서 대규모 시위

2009-12-1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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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 15)가 개최되고 있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12일(현지시간)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는 이날 낮 코펜하겐 크리스티안 지역의 국회의사당 광장에 모여 '지금 행동하라', '기후 정의', '기후가 아닌 정치를 변화시켜라', '제2의 지구는 없다'는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이번 기후변화 협상의 타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한 뒤 6㎞ 떨어진 벨라 센터 회의장까지 행진했다.

비정부기구(NGO), 노조, 정당 등 전 세계 67개국의 515개 단체 소속 수만 명 회원들이 각료들의 코펜하겐 도착에 맞춰 이날을 '기후변화 국제 행동의 날'로 선포했다. 이에 따라 덴마크를 비롯해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호주, 필리핀, 자카르타 등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협상 타결과 개도국 및 빈국에 대한 지원을 촉구하는 시위가 진행됐다.

주최 측은 이번 시위에 참가한 인원이 모두 10만 명이라고 밝힌 반면 덴마크 경찰은 집회 인원을 4만 명으로 추산했다.

이날 행사는 오후 2시부터 시작됐지만 오전 10시부터 많은 환경단체가 대안 회의인 '기후포럼 09' 행사장을 출발해 12시쯤 광장에 도착했다. 이어 다소 과격한 구호를 내건 극좌 단체도 시위에 합류했다.

세계적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의 쿠미 나이두 사무총장은 행사 연설에서 "매년 30만 명이 기후변화로 목숨을 잃고 있다"면서 "이는 적응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라고 호소했다.

나이두 총장은 "협상이 실패한다면 최악의 정치적 범죄행위를 저지르게 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최 측은 신명나는 음악과 함께 재미있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면서 "과격 행동을 자제하고 즐겁게, 흥겹게, 유머 있게, 평화롭게 행진해줄 것"을 수차례나 당부했다. 실제로 이날 행사는 주최 측의 호소 덕분에 대체로 축제 분위기 속에 평화롭게 진행됐다.

그러나 경찰은 600~700명의 과격시위자를 격리 차원에서 연행했다. 이중 약 400명은 지난 4월 프랑스에서 열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때 폭력시위를 유발했던 북유럽 과격단체 '블랙 블록스' 소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우리나라 환경단체인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외에 민주노총, 한국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가 주축이 된 COP15 공동대응단, 진보신당 등 60여명이 참여했다. 환경단체들은 특히 '녹색성장' 정책과 4대강 개발의 문제점을 홍보하는 데 주력했다.

마침 벨라 센터를 방문한 노벨평화상 수상자 데스몬드 투투 주교는 "베를린에서 사람들이 행진하면서 장벽이 무너졌고, 케이프타운에서 행진하면서 아파르트헤이트(흑백인종차별정책)가 사라졌다"면서 "이제 코펜하겐 행진으로 진정한 기후협상이 타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기후변화 회의에는 세계 110개국 정상들이 입국하기 시작하는 오는 16일과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이 방문하는 18일, 두 차례의 대규모 시위가 더 계획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경제= 정은선 기자 stop102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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