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10만 가구 등 해마다 15만 가구의 보금자리가 파격적 분양가와 쾌적한 입지를 앞세워 주택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무주택 서민의 희망으로 날로 선호도가 높아지는 보금자리주택은 입지와 가격에서 민간을 압도하고 품질면에서 민간의 중견 브랜드에 버금갈 정도다. IT와 녹색등 최첨단 친환경 기술이 접목되고 쾌적성과 정주성 측면에서도 민간에 비해 손색이 없다.
중도실용을 표방한 MB 정권의 친서민 정책이 빈 수레라는 빈축을 사고 있으나 유독 보금자리주택만은 서민의 주거안정에 핵심으로, 그리고 부풀려진 아파트 가격거품해소의 선봉으로 자리 잡으면서 날로 빛을 발휘하고 있다.
그 견인차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다. 국토부와 LH의 도움으로 주택시장 판도변화의 핵으로 급부상하는 보금자리주택의 현주소와 시장 파장을 진단한다.<편집자 주>
"보금자리주택을 피하라"
주택건설시장을 리딩하는 주택건설사의 본부장이 마케팅부서에 내린 엄명이다.
실제 주택건설업계는 지난 9월 말 정부가 수도권 4곳의 보금자리주택 시범단지의 분양일정을 발표할 때 초비상이었다. 10월 시범지구에서 1만4000여가구의 청약일정이 확정되자, 즉각 같은 달 경기지역의 분양계획을 대폭 수정해 당초 계획물량의 10% 만을 공급하고 분양시기를 한 달여 늦추거나 무기한 연기했다.
나아가 최상의 브랜드를 자랑하는 기업은 보금자리주택 분양지역주변의 책정 분양가를 3.3㎡당 100만원 내외 낮추기까지 했다. 분양가가 브랜드가치의 척도였던 과거 부동산공화국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풍속도다.
보금자리 주택이 들어서는 고양 삼송과 원흥, 하남 미사, 남양주 진건 등 서울 인접한 지역에 분양예정인 건설사는 보금자리주택의 눈치를 보며 분양가를 얼마나 낮추고 언제 분양시기를 잡을 지에 골몰하고 있다. 서울에서 비교적 먼 거리인 영종하늘과 김포한강, 파주교하 등 2기 신도시에서 분양채비중인 주택건설업계는 미분양사태를 우려해 울상이다.
보금자리주택은 부동산 특별구인 서울 강남의 아파트매매 등 기존 주택가격의 하향을 주도하는 변수다. 강남의 우면과 세곡 등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서는 인근 강남지역의 아파트 시세는 최근 하향 일로다. 108㎡(기존 32평형)의 매매가의 경우 최대 7000만원 내외 떨어졌다. 인근 아파트의 하락세는 DTI 등 주택대출의 강화와 경기위축에 따른 구매력의 감소 등 악재가 겹친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권이 파격적인 분양가 인하를 내세운 보금자리주택의 사정권에 들어왔다"면서 "우면과 세곡 등 서울 강남 그린벨트지역에 들어서는 보금자리주택은 고공행진의 강남권 아파트의 거품 해소를 위한 첨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금자리주택은 주택시장 지각변동의 '태풍의 눈'이다.
정부는 해마다 15만 가구의 보금자리 주택을 10년 동안 쏟아낼 예정이다. 수도권에서만 10만 가구에 달한다. 올해 민간아파트가 올해 10만 가구(재개발ㆍ재건축 제외)에 머물 것임을 감안할 때 엄청난 물량이다. 가구 당 공사비가 2억원 들어간다고 가정할 때, 해마다 수도권에서 20조원이 투입돼야 한다. 향후 10년 간 200조원이 넘는 매머드 물량이다.
보금자리주택은 규모면에서 22조원수준인 '4대강 사업'을 압도한다. 향후 주택건설시장이 회복기에 접어들더라도 건설업계의 든든한 일감이다. 전자와 인테리어, 철강, 시멘트 등의 연관산업효과도 높아 경기진작에도 기여한다.
특히 주택은 수많은 기능인력의 손에서 마무리된다. 고용창출효과는 장비와 기계에 의존하는 토목과 차원을 달리 한다. 따라서 보금자리주택은 생존의 갈림길에 처한 건설업계 생존에 '약(藥)이자 독(毒)'이다. 기업연명을 위한 일감확보에 절대적이나 주택시장에서는 주택사업의 수익성을 저하시키는 양면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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