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법 개정안 통과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정작 당사자인 한은의 반응은 떨떠름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원회가 한국은행에 제한적인 금융기관 조사권을 부여함에 따라 한은법 개정안이 통과될 전망이다.
하지만 그동안 '단독' 조사권을 요구하던 한은이 이번 기재위의 제한적 조사권 부여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어 향후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각 기관 간 논란이 예상된다.
◆ 한발 물러선 기재위… 한은법 개정안 통과 가능성 커져
지난달 30일 기재위 소위는 한은에 제한적 조사권을 부여키로 결정했다.
그동안 한은에 단독 조사권 부여로 의견을 타진하던 기재위가 제한적 조사권으로 한발 물러선 것은 이번 회기 중에 한은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또 현재 정무위원회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의 반발이 거센 만큼 이들의 입장을 일부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 같은 기재위의 조치는 약효를 발휘할 전망이다. 기재위가 제한적 조사권을 부여했다는 것은 한은법 개정에 반대해 온 기획재정부가 기재위의 입장을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또 소위와 전체회의를 통과한 법안이 법제사제위원회만 거친다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법사위가 한은법 개정안에 대해 체계·자구심사 과정을 벌인 뒤 본회의로 넘길 경우 99%의 확률로 통과된다"면서 "다만 체계·자구심사 과정에서 정무위가 강력히 반대한다면 다시 기재위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하지만 제한적 조사권이 소위를 통과했다는 것은 사실상 그동안 한은법 개정에 반대해 온 재정부가 찬성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때문에 정무위·금융위·금감원 등도 예전처럼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정부 관계자는 "한은과 금감원이 맺은 MOU만으로도 큰 지장은 없지만 굳이 한은이 조사권을 갖겠다면 긴급 여신을 지원하는 금융회사로 한정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는 반응을 내놨다.
◆ 한은 "단독 조사권 아니면 의미없다"
한은법 개정 당사자인 한은은 제한적 조사권 부여에 당황하는 모습이다.
당초 한은이 바라던 것은 단독 조사권을 갖는 것이었기 때문에 제한적 조사권 부여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제한적 조사권 부여로 한은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법 개정의 의미가 없다"며 "한은 입장에서는 있으나마나한 수준"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기재위는 여러 조사 권역 중 일부를 지정해 부여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조사권 문제를 처리했다.
예컨대 한은의 자료 제출 요구 대상을 한은이 여신을 지원하는 금융기관으로 제한하고, 한은이 운영하는 지급결제망 참여, 운영기관에 대한 조사도 금감원과 공동으로 검사토록 했다.
또 지난 9월 한은이 금융위·금감원 등과 체결한 '정보공유 및 공동검사 양해각서(MOU)'의 내용을 한은법 88조에 반영해 한은 단독이 아닌 금감원과의 공조를 법제화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금융기관들에 대한 선제적인 조사가 사실상 어려워 조사 기관으로서의 위상이 낮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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