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보금자리가 시장판도 바꾼다) 고민에 빠진 건설사 "분양가 낮춰야하나…"

2009-12-0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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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남양주 별내지구에 아파트를 분양하려했던 H사는 시기를 내년으로 미뤘다. 10월 주변시세의 50% 수준인 보금자리주택이 대거 공급됨에 따라 좀 더 두고 보자는 판단에서였다.

# 최근 고양 원당뉴타운에 분양물량을 내놓은 S사와 D사는 당초 계획보다 분양가를 3.3㎡당 100만원 정도 내렸다. 시장 상황도 문제지만 인근에 공급된 보금자리주택과 비교해 분양가가 너무 높다는 비난을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공공주택인 보금자리주택이 올해부터 본격 선보이면서 건설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저렴한 분양가가 무기인 보금자리 때문에 분양가 책정이 쉽지 않은데다 주변에 나오는 민간물량은 미분양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금자리 시범단지 분양이 이뤄진 지난 10월 이러한 문제를 두려한 건설사들은 분양을 대거 연기했다. 지난 9월 건설사들이 10월 경기도에서만 분양한다고 발표한 가구수는 모두 15개 사업장 1만5000가구다. 그러나 정작 보금자리주택이 선보인 10월 실제 분양 아파트는 5개 사업장에 1750가구에 그쳤다.
 
10개사가 자사의 분양일정을 한달 늦추거나 무기한 연기한 셈이다. 시범 보금자리 주택공급의 영향권인 남양주 별내와 용인, 수원 광교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주택건설사는 분양 일정을 11월로 연기하거나 무기한 늦추고 있다.

일부 배짱을 부려 같은 기간 분양한 사업장은 입지상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청약과 계약에서 참패했다. 대표적인 예가 한강신도시로 당시 보금자리 분양주택과 같은 규모인 85㎡를 분양한 S건설사의 분양물량은 1~3순위 청약결과 분양률이 28%에 그쳤다. 

정부가 서울 강남우면과 서초세곡지구, 하남미사, 고양원흥 등 4개지구에 보금자리 시범단지 1만4295가구를 동시에 공급하자 현대와 삼성, 대우 등 상위 건설사를 포함, 주택건설사는 초긴장했다. 자사의 분양사업장이 가격과 입지에서 절대 열세일 수 있어 보금자리주택의 분양일정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후 건설사들이 보금자리 주택 분양 일정을 피하는 것은 물론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분양가를 내리는 것은 기본이됐다.

실제로 국내 최고의 주택브랜드를 자랑하는 S와 D사는 최근 고양 원당뉴타운에 분양한 물량의 3.3㎡당 분양가를 100만원 내렸다. 보금자리 주택 등장으로 '브랜드 가치=분양가'라는 등식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게 된 것이다.

하지만 향후 이 지역에서 더 저렴한 보금자리주택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내재하면서 S사의 분양아파트는 유명브랜드임에도 미분양됐다.

최근 고양시에 분양을 준비해온 한 건설사 주택담당 임원은 "수도권 보금자리 인근 분양을 계획하고 있는 건설사들로서는 유탄을 맞은 기분"이라며 "분양률을 올리기 위해 분양가 인하 등 여러 방안을 찾아야 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건설업체의 긴장감은 앞으로 더해질 수 밖에 없다. 정부가 2012년까지 수도권 그린벨트를 해제한 보금자리주택지구에 32만 가구의 중소형주택을 쏟아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권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문가들은 최근 강남권 시세가 최대 1억원씩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DTI규제, 구매력 감소에 이어 강남의 쾌적한 그린벨트에 저가의 보금자리 공급을 세번째 이유로 꼽고 있다. 

보금자리주택이 주택시장의 판도를 변화하는 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실제로 정부는 서울 강남권인 강남우면, 서초세곡지구에 이어 2차 지구로 세곡2지구, 내곡지구를 추가 지정했다. 이어 내년 상반기 발표예정인 3차에서도 서울에 추가대상지를 신정할 계획이다.

강남 거품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다각적 노력에 저렴한 보금자리 대거 공급이 주택가격 하향을 유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는 이와 관련해 "중소형 민간아파트가 기존과 같이 고급화 전략을 써서는 보금자리주택과 경쟁을 할 수 없다"며 "2기 신도시 등 택지지구 분양을 앞둔 건설사로서는 분양전략에 궤도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js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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