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고급건축분야 뿐만 아니라 향후에는 발주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토목, 기발시설(SOC) 등 고부가가치, 고난이도 토목 프로젝트 수주에 주력할 방침입니다".
증권가에 워렌버핏이 있다면, 국내 건설업계에는 김석준(사진) 쌍용건설 회장이 있다. 건설업계의 '미다스의 손' 김 회장. 국내 건설사가 두바이, 싱가포르 등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한 장본인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해외 토목, SOC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만 오는 2020년까지 발주될 SOC 규모는 총 400여억 달러에 달하기 때문이다.
쌍용건설이 해외시장에서 올린 수주액만 자그마치 78억원에 달한다. 쌍용건설은 싱가포르에서의 추가 수주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 최고난이도를 자랑하는 기울기 52도의 마리나베이샌즈호텔, W호텔, 마리나 해안 고속도로, 도심 지하철 2단계 사업 중 최대 규모인 DTL 921공구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연이어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싱가포르 최대 랜드마크로 꼽히고 있는 래플즈시티도 쌍용건설의 수작(秀作)이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최대 규모의 공사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쓰나미 피해 복구 현장인 아체도로 복구 및 신설공사가 바로 그 것이다. 총 수주액이 1억800만 달러에 이른다. 그 해 8월에는 파키스탄 카라치항 부두 재건공사 등 대규모 토목 프로젝트도 수행했다.
이 같은 고공행진에는 김 회장의 리더십과 패기가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김 회장은 사내 임직원 뿐만 아니라 해외 발주처까지 직접 발로 뛰어 '찾아가는 서비스'를 몸소 실천하는 장본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매년 명절에는 휴가를 반납하고 해외 현장을 찾아 임직원들과 소통의 시간을 갖고, 자사의 홍보책자(브로슈어)를 휴대하고 다니면서 홍보에도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김 회장이 발주처 직원의 문병을 직접 갔던 일화는 업계에서도 유명하다. 2006년 평소 각별한 친분을 갖고 있는 전 싱가포르 관광청장이자 현재의 윙타이 그룹의 에드먼드 쳉 부회장의 소개로 마리나 베이 샌즈 프로젝트의 핵심 의사결정권자인 조지 타나시제비치 마리나 베이 샌즈사 싱가포르 법인장과 면담을 가진 김 회장. 그는 이 자리에서 홍보책자를 펼쳐 보이며 쌍용건설의 다양한 해외 실적과 특히 싱가포르에서의 활약상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김 회장의 열의에 깊은 인상을 받은 발주처 인사는 추후 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고 이 때부터 김회장의 발로 뛰는 세일즈 경영이 빛을 발하게 된다.
이후 김 회장은 해외 출장시에는 반드시 싱가포르를 들러 발주처 인사를 찾았고, 만약 쌍용건설에 기회를 준다면 어느 기업보다도 훌륭하게 프로젝트를 완공할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를 방문한 김 회장은 발주처 인사가 병가 중이라는 소식에 모든 스케쥴을 취소, 직접 집으로 찾아갔다. 아직 공사를 발주한 것도 아닌데 회장이 직접 집으로까지 병문안을 온 것에 감복한 발주처 인사는 공사담당 임원들까지 집으로 불러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게 된다.
이 자리에서는 본격적인 공사와 관련된 여러가지 현안 문제에 대한 의견이 오갔고, 발주처 인사들이 조만간 쌍용건설 본사를 방문하겠다는 약속까지도 얻어냈다.
입찰 초청 이후 2008년 5월부터6차례에 걸친 가격 제출, 총 25회의 실무 미팅 과정에서 쌍용건설 해외사업부와 싱가포르 지사, 견적팀 등 관련 임직원들은 공법, 공사범위, 기간, 계약조건, 금액 등에 대한 발주처의 까다로운 요구에 완벽한 답변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은 수 차례 싱가포르를 방문해 직접 수주 과정을 진두지휘 했음은 물론이다.
그 결과 쌍용건설은 최근 라스베거스 샌즈가 발주한 베네시안(venetian) 마카오 호텔을 완공했다는 강점을 가진 화교계 기업인 홍콩의 개몬을 물리치고 이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었다.
쌍용건설이 해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보다도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와 함께 김 회장의 인적 네트워크와 발로 뛰는 세일즈 철학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는 바로 이 때문이다. 김 회장이 10년 이상 한-싱가포르 경제협력위원장을 맡으며 쌓아온 화교 정·재계 인맥은 국내 최고로 알려져 있다.
싱가포르 최대기업 홍릉 그룹, 윙타이 그룹 등과의 두터운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오션 프론트 콘도미니엄,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건립사업을 단독으로 수주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은 그 규모가 한화 9000억원에 달해 국내 건설 역사상 최대의 해외 프로젝트로 꼽힌다.
김 회장은 "건설에도 벤츠나 BMW와 같은 명품 건설사가 있어야 한다. 쌍용건설은 이를 위해 고부가가치 고급 프로젝트 수주 등을 통해 명품 건설사로 도약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아주경제= 권영은 기자 kye30901@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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