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기 메이커 보잉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를 제2의 본거지로 선택했다. 노조 활동이 약하고, 임금이 싸다는 점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보잉은 지난 28일 차세대 항공기 '787 드림라이너'의 제2 조립공장 부지로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노스찰스턴을 선택했다고 발표했다.
보잉은 그동안 드림라이너를 유일하게 생산해온 워싱턴주 시애틀 북부의 에버렛 공장을 확장하는 방안과 노스찰스턴에 새로 공장을 짓는 방안을 두고 고심하다 노스찰스턴을 새로운 조립공장 허브로 선택했다.
보잉은 공식 발표에서 "노스찰스턴의 위치가 최대 250명의 승객을 수송할 수 있는 중형 제트기를 생산할 수 있는 최적지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짐 앨보 여객기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찰스턴에 제2의 787 조립공장을 건립함으로써 시장 수요에 맞게 생산능력을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보잉은 지난 7월 말 찰스턴 인근에 있는 항공기 부품제조업체 '보우트 항공산업' 공장을 10억 달러에 인수했다.
보잉이 찰스턴을 제2조립공장 부지로 택한 데는 노조의 영향이 컸다. 787 드림라이너 개발 사업이 2년 이상 지연돼 온 것은 부품 조달 및 디자인 문제도 있지만 2만7000여명의 기술직 근로자들이 작년 9~10월 두 달간 파업을 벌인 것도 크게 작용했다.
시애틀은 보잉의 기술직 근로자들이 가입해 있는 국제기술항공노조협회(IAM)의 영향력이 매우 강하다. 반면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남부지역은 보수적 성향이 강해 노조 조직률이 매우 낮아 일본 도요타와 현대자동차 등 외국의 주요 자동차업체들이 상당수 진출해 있다.
여기에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각종 세금면제와 저리 대출 등 다양한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에버렛 공장이 있는 워싱턴주는 물론, 노스캐롤라이나, 캔자스, 텍사스, 캘리포니아 등 다른 주들과의 치열한 유치경쟁에서 승리했다.
마크 샌퍼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보잉의 공식 발표 직후 주를 항공산업의 허브로 만드는 역사적인 투자라고 환영했다. 반면 크리스 그레고어 주지사까지 나서 구애노력을 펼친 워싱턴주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보잉은 2001년 시카고로의 본사 이전과 군용기 제작본부의 세인트루이스 이전에 이어 제2조립공장도 노스찰스턴을 택함으로써 윌리엄 보잉이 1916년 레이크 유니언에 첫 공장을 설립한 이래 90여년간 둥지를 틀어온 시애틀 탈출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