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도프, SEC 무능력 조롱

2009-10-31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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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억달러 규모의 다단계 금융사기(폰지사기)를 벌인 버나드 베이도프(71) 전 나스닥증권거래소 위원장이 교도소에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무능을 조롱하고 나섰다.

메이도프는 SEC가 감시감독 기능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해 메이도프 스캔들이 커졌다는 비판을 조사해온 SEC 감사관과의 면담에서 수년전에 자신의 사기행각이 들통이 날 가능성이 있었지만 SEC 조사관들이 모르고 지나갔다고 증언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30일 데이비드 코츠 SEC 감사관이 수감 중인 메이도프와의 면담 등을 토대로 작성한 메이도프 스캔들에 관한 종합 감사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SEC의 젊은 조사관들은 메이도프의 이메일은 조사하면서도 월가에 있는 중앙어음교환소의 메이도프 계좌나 메이도포와 관련있는 기업들과의 거래내역 등 정작 중요한 대목에 대해서는 조사를 전혀 하지 않았다.

메이도프는 "폰지 사기를 조사하려면 어음교환소 계좌나 관련 기업들과의 거래내역에 대한 조사는 가장 기본적인 사항아니냐"고 반문했다.

메이도프는 이어 대규모 폰지사기 행각을 벌이기 시작한 초기단계에서부터 SEC 조사관들이 노력만 하면 적발해 낼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며 75년 역사를 자랑하는 SEC의 조사능력을 조롱했다.

이번 보고서는 메이도프 스캔들 발생이후 코츠 감사관이 SEC의 감시감독 기능의 문제점을 분석하기 위해 10개월간 진행된 감사결과를 종합한 것으로 6천157페이지 분량의 각종 관련자료들로 구성돼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SEC는 지난 92년이후 메이도프 스캔들과 관련해 6개에 달하는 구체적인 제보와 문제제기를 받았지만 조사관들은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과정에서 뇌물, 공모, 고의 은폐 등의 증거는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적시에 조사가 이뤄졌다면 폰지사기 피해를 상당수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비판을 면키 어려운 대목이다.

메이도프는 2004년 등 두 번에 걸쳐 사기 행각이 발각돼 곧 체포되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으나 모두 빠져나가게 됐다고 증언했다.
 
2004년의 경우 SEC 조사관들이 자신에 대한 조사를 시작함에 따라 어음교환소 계좌를 조사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놀랍게도' 이를 지나쳐 증권업계에서 차지하는 자신의 지위를 감안해 조사를 않은 것으로 추정했다고 말했다.

2006년에는 SEC 조사관들이 금요일 오후에 어음교환소 계좌를 요구하며 조사를 진행해 주말이 지나면 사기행각이 발각될 것으로 믿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위기를 넘겼다고 진술했다.

메이도프는 그러나 SEC가 무능하다는 점을 알기는 했지만 그래도 항상 조사관들이 들이닥칠 것을 우려했으며 "항상 악몽 속에 살아왔다"고 고백한 뒤, "SEC가 나를 6-8년 전에 잡아주기를 바랄 정도였다"고 말했다.

메이도프의 재산을 청산 중인 법원 관재인의 보고에 따르면 메이도프는 장부상으로는 648억달러 규모의 사기를 저질렀고, 이로 인해 수천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은 210억달러의 현금손실을 입었다.

메이도프는 지난 3월 유죄를 인정한 뒤 150년형을 선고받고 6월말부터 복역 중이며 그의 재무담당역 데이비드 프릴링도 내주초 유죄를 인정하고, 수사에 협조할 예정이다.

SEC는 버나드 메이도프 스캔들을 계기로 월가 비리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비리단속국에 최고운영자(COO)직을 신설, 최근 골드만 삭스 출신의 29살인 애덤 스토치를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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