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이제 이름값만 믿고 자동차를 파는 시대가 끝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 미국 시장조사업체 CNW마케팅리서치 조사 결과를 인용, 올 들어 자동차를 새로 구입한 미국인 가운데 기존 자동차와 같은 브랜드를 선택한 비율은 20%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일본 자동차들이 30년 이상 전에 미국시장에 진입한 이후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파란을 미국 자동차업계가 겪게 됐다고 지적했다.
1980년대 자동차 거래상(딜러)들은 차를 사러 온 고객에게 차 문만 열었다 닫아 주면 그만이었다. 제너럴모터스(GM)의 시보레를 타던 이들은 시보레를, 도요타를 끌던 운전자는 또 다시 도요타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특정 브랜드 자동차에 집착은 정당에 가입할 때처럼 대를 잇는 게 보통이었다.
당시 미국인 5명 가운데 거의 4명은 평소 타던 자동차 브랜드를 신뢰하는 충성도를 보여 줬으며 차가 곧 운전자의 이미지로 통하곤 했다.
하지만 고객들의 취향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GM 같은 일류 자동차 메이커마저 파산위기에 몰리는 자동차산업의 난기류 속에 브랜드 충성도도 추락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아트 스피넬러 CNW 대표는 "브랜드 충성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과거 25년간 사람들이 도요타와 GM 제품을 고수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시보레와 포드는 미국시장에서 각각 16% 이상의 점유율을 자랑했다. 크라이슬러도 3개 브랜드를 톱 10에 올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도요타가 14%를 웃도는 점유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포드와 시보레, 혼다와 닛산 등이 뒤를 잇고 있다.
더욱이 미국 자동차업체들의 구조조정으로 크라이슬러와 폰티악 모델은 아예 단종돼 사라지게 됐으며 그 자리를 4%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현대 및 기아 등 한국 차들이 메우고 있는 게 미국 자동차시장의 실정이다.
제임스 팔리 포드 마케팅 책임자는 "자동차의 광범위한 성능 향상으로 브랜드 충성도가 줄어들었다"며 "'신뢰 요소'는 모든 차의 경우 대동소이하다"고 말했다.
자동차 전문 컨설팅업체 트라우트&파트너스의 잭 트라우트 대표는 "더 이상 의미없이 슬로건만 내세우는 시대는 저물었다"며 "이제는 제품의 차별화를 추구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