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권의 싱글 톨 아메리카노) 천재란 강렬한 인내자

2009-12-28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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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퀸’ 김연아는 무결점에 가까웠다.

007 음악에 맞춘 그녀의 섬세한 표정연기와 카리스마, 자신감이 넘치는 ‘매직 기량’은 프랑스 팔레 옴니스포르 드 파리-베르시 빙상장을 전율시켰다.

카리스마의 원 뜻은 ‘신이 주신 재능’에 합당한 실력이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김연아가 대단한 이유는 ‘자기통제’가 뛰어나다는 점에 있다. 피타고라스는 ‘인간의 가장 위대한 자산은 바로 자기통제능력’이라고 말한다.

김연아는 수 많은 광고와 공중파 방송에 출연했다. 나이 또한 대중의 인기에 연연하고 한참 유혹에 강한 그런나이이다. 그러나 그녀는 모든 세상사를 뒤로하고 끝내 자기자리를 지켜냈다.

여섯 살 어린 나이에 스케이트를 처음 신은 후 좌절과 잦은 부상, 슬럼프, 사춘기 소녀가 겪어야 했던 방황, 우승에 대한 부담을 떨쳐내고 피겨를 즐길 줄 아는 달인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유명인들이 자기경영에 실패하는 이유는 팬의 사랑이 조건적임을 깨닫지 못하는데 있다. 유명인으로 칭송받을 이유를 상실하면 대중은 단호하게 돌아서며 한 순간에 냉정해진다.

유명인은 선망과 모방의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똑같은 정도로 질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소리이다. 유명인으로 살아남는 방법은 한 가지이다. 자신에게 명성을 안겨준 바로 그 분야에서 꾸준한 연습으로 불굴의 실력을 갖추는 길 바로 그것 뿐이다.

마라톤은 흔히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불린다. 대회 3~4달 전부터 식이요법을 병행하면서 하루 30km씩 달리는 지옥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다른 어떤 종목보다 괴로운 훈련.

오죽하면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는 “훈련 도중 차도로 뛰어들고 싶었다”고 고백했을까.

그런 ‘자신과의 싸움’을 이봉주는 무려 41번이나 이겨냈다. 스무 살의 나이로 첫 완주를 한 지 무려 19년째. 총 43번 대회에 나서 중도 포기는 단 두 차례에 불과할 정도다.

제90회 전국체전에서 41번째 마라톤을 완주하고 은퇴한 이봉주는 “큰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아 마음이 편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20년 마라톤 인생의 고통을 말해주듯 “후련하다”고까지 했다. 그동안 인내에 박수를 보낸다.

이봉주뿐 아니다. ‘난 정말 노래 잘하는 대중 딴따라이고 싶다’는 말을 유언처럼 남기고 죽은 김광석은 가수로서의 프로정신이 뛰어났다. 박찬호는 자신은 야구를 위해 태어났다는 절체절명 의식으로 매번 경기장에 섰다. 조용필은 목소리를 만들기 위해 목에서 피가 나도록 판소리를 연습했다.

몇십년 넘게 팬들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는 사람들에게는 남다른 노력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실례이다.

‘성공이란 계속해서 성장해 감과 동시에 타인에게 어떤 긍정적 측면에서 이바지하는 기회’라고 변화심리학자 앤소니라빈스는 말한다.

김연아는 유명인도 실력으로 승부해야 함을 모든 사람에게 각인시켰다. 꿈을 실현시키려는 사람들에게는 부단한 연습과 노력의 중요성을 가르쳤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세계경쟁에서 승리하는 역할모델이 되었다.

‘천재란 강렬한 인내자이다’라는 톨스토이의 말대로 라면 김연아는 천재임에 틀림없다.

아주경제= 박상권 기자 kwo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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