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투자증권 IT부서 직원들은 자신의 사내 메신저 대화명 앞에 조의를 뜻하는 검은 리본(▶◀)을 달았다.
사내 IT부서 직원들을 우리금융지주 계열사인 우리금융정보시스템(우리FIS)에 통합시키려 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 노동조합도 활동보고서를 통해 ‘IT 아웃소싱에 반대하며’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한 상태다.
이에 사측은 “현재 IT 아웃소싱과 관련 결정된 사항이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지만 최근 증권가 분위기를 고려할 때 불안감은 떨쳐버릴 수 없는 상황이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하나대투증권은 사내 전산실 직원 70명을 그룹 내 자회사 하나INS로 전직시켰다.
SK증권도 비슷한 시기에 IT부서 직원 53명 가운데 43명이 그룹 내 계열사 SK C&C로 대거 자리를 옮겼고, 한국투자증권도 전산실 직원 144명 중 19명이 이달 16일 외부업체 한국 IBM으로 전직했다.
이에 앞서 작년 4월 메리츠증권 IT담당 인력 31명도 메리츠화재 자회사인 메리츠금융정보서비스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 증권사 측은 IT 아웃소싱은 업무 효율성 개선과 비용 절감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IT 아웃소싱을 통해 비용 절감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수치는 밝히지 못했다.
오히려 아웃소싱을 통한 업무 효율성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미 IT 아웃소싱이 진행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전산관련 비용이 포함된 공통비가 지속 증가하고 있으며 과다한 공통비가 지점영업의 순익을 상쇄시켜 지점영업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건비 절감도 명확히 검증된 사례가 없다.
우리투자증권 노조 활동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작년 차세대 시스템 개발과정에서 영업이익의 10%가 넘는 약 400억원을 투여했음에도 개발인력이 부족해 수백 명의 외주 인력을 투입했다.
IT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통상 1년 단위 IT개발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인건비는 1인 기준 1억여원으로 외주 인력을 투입했을 때 비용은 더 늘어난다.
특히, 이들 증권사는 희망자에 한해 전직을 유도했다고 밝혔지만 전산실 조직과 노조 측에서 인력 이관을 반대하는 이유는 처우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당장은 급여 등에서 비슷한 조건을 약속 받을 수 있다고 해도 장기적 관점에선 IT 업체의 처우를 신뢰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장기간 증권 IT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들에겐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느냐 하는 점도 문제가 된다.
외부 업체로 IT 아웃소싱을 진행한 모 증권사 관계자는 “이들이 외부 업체로 옮겨가면 당장은 증권 업무를 맡겠지만 이후에는 어느 파트로 갈지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증권업에서 전산 업무 비중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달 23일에는 인터넷 주식거래 영업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한 증권사 주식거래 전산시스템이 한 시간여 동안이나 마비돼 투자자 대다수가 피해를 입기도 했다.
아주경제= 김용훈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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