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 조력 등 신 재생에너지 녹색성장 이끌어야"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풍력 발전에 적합"
이 회장은 "우리의 경우 1년도 되지 않아 담당 공무원이 수시로 바뀐다"면서 "독일은 신 재생에너지 담당자가 수 십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풍력·조력·태양력과 같은 신 재생에너지가 녹색 성장을 이끌어가는 주요 역할을 해야 한다"며 "국내 풍력 에너지 수준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늦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좋은 환경 자원을 적극 이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풍력 에너지 사업을 벌이기에 무척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16일 서울 삼성동의 한국풍력발전 협의회에서 2시간 가량 이어졌다.
- 신 재생에너지 전문가로서 녹색성장에 대해서 정의를 내린다면.
"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화학에너지를 기반으로 사회가 발전했다. 이 때문에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됐고 기후변화가 나타났다. 녹색성장은 이렇게 병든 지구를 더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발전하는 것이다. 간단하게 이산화탄소 배출없이 성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풍력,조력, 태양력 같은 신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산업이 발전해야 한다. 예전에 화학연료 없이 산업을 이룬다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됐다. 유럽과 미국을 봐라. 세계는 이미 신 재생에너지 산업의 바람이 불고 있다.
- 국내 풍력 발전의 수준은 어느 정도 인지.
"현재 국내에서 에너지 발전 사업을 하는 곳은 330여 곳이 있다. 이 중에서 풍력 에너지 사업을 하는 곳은 20여 곳에 불과 하다. 최근 신 재생에너지에 관심이 쏠리면서 새로운 회사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풍력 에너지 사업은 무작정 뛰어드는 사업이 아니라고 본다. 위치선정, 금융비용, 건설비용, 전송비용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이 필요하다. 특히 풍력 발전에 적합한 지역을 찾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풍력 에너지 사업을 벌이기에 무척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바로 삼면이 바다라는 점이다. 해안가에 가면 바람이 엄청나게 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런 곳에 풍력 발전소만 지으면 모두 다 에너지로 환산이 되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우리 서해와 만나는 해안선 지역에 풍력 발전소를 지을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전라남도가 해안선에 풍력 발전소를 세울 계획을 가지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확실히 늦은 감은 있지만 우리나라도 충분히 풍력 에너지로 성공 할 수 있을 것이다."
- 풍력 발전소 설치에 투자비가 많이 들지 않나.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는 풍력 에너지 사업에 대한 선두 주자의 조건을 절반 정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바로 풍력 발전소를 만드는데 사용하는 부품이 이미 국내에 갖춰졌기 때문이다. 관련 부품을 외국에서 수입하지 않고도 국내 부품만 조립하면 발전소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을 생각하면 간단하다. 자동차 산업이 지금 세계를 상대로 성장하는 것도 국내 자동차 부품에 대한 인프라가 잘 갖춰졌기 때문이었다. 풍력 에너지 사업도 이것과 같은 원리다. 지금 가지고 있는 부품들을 모아서 좋은 발전소를 만들 수 있다면 우리나라도 풍력 에너지 사업의 강대국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나는 조선업계가 풍력사업에 뛰어들면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조선업계의 기술을 조금만 응용하면 풍력 발전소로 연결될 수 있다.
- 국내 녹색 성장의 붐이 일면서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국내에 녹색성장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어느 정부 기관에서도 이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녹색성장을 외치면서 전문가 육성을 하지 않는다면 이 사업이 한때의 유행으로 끝날 수 있다. 며칠 전 지식경제부의 신 재생에너지 관련 부서를 찾은 적이 있다. 근데 그곳 담당사무관이 새로운 사무관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지난번에 본 사무관도 새로 온 사무관이었는데 1년도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사람으로 바뀐 것이다. 독일은 신 재생에너지 담당자는 수 십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가장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 실무자가 자주 바뀐다면 장기적 안목이 필요한 이 사업을 어떻게 이끌 수 있겠는가."
- 녹색 성장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녹색성장에도 '효자종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올림픽을 보면 '효자종목'을 적극 투자하고 이후 효자종목을 늘리지 않는가. 녹색성장도 이렇게 해야 한다. 녹색성장의 광범위한 분야 중 집중 육성 할 곳을 선택해 녹색성장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 먼저다. 우리나라는 녹색성장을 이끌 가능성을 많이 갖춘 나라다. 현명한 선택과 집중만 있으면 선진국들에 비해 뒤지지 않는 녹색 성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담 = 양규현 정경부장
정리 = 팽재용 기자
사진 = 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