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월 마련한 신용카드 표준약관을 제대로 지키고 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준약관은 초(初)년도 연회비 납부 기준을 '발급'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현대카드는 '등록'을 기준으로 연회비를 청구하고 있다.
1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카드사 가운데 유일하게 사용 등록이 되지 않은 카드에 대해 연회비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카드 발급 신청을 하면 우편으로 카드를 수령하게 된다. 이후 ARS나 카드사 홈페이지, 각 영업점 등에서 등록을 해야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현대카드는 발급된 카드라 하더라도 제3자가 카드를 수령할 경우 사용 등록을 해야 연회비를 청구하고 있다. 가족이나 직장 동료가 우편으로 카드를 받았을 때 본인이 등록을 하지 않으면 연회비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는 표준약관의 취지와 배치되는 내용이다. 표준약관 4조 2항은 '연회비는 카드발급 시점을 기준으로 1년 단위로 청구된다. 다만 최초년도 연회비는 면제되지 않으므로 회원은 반드시 이를 납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표준약관에 따르면 카드사는 등록 여부과 상관없이 일단 발급된 카드에 대해 예외 없이 1년 안에 연회비를 청구해야 한다.
표준약관을 만들기 전에는 연회비 청구 기준이 각 회사마다 달랐지만 '등록하지 않으면 연회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알려져 있었다.
이 조항은 카드사들의 과당 경쟁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카드사가 신용카드를 이용할 의향이 없는 고객에게도 마구잡이식으로 카드를 발급하는 행태를 막기 위한 것이다.
현대카드와 달리 신한카드·삼성카드·비씨카드·롯데카드는 등록을 하지 않았더라도 발급이 된 카드에 대해 연회비를 정상적으로 부과하고 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본인이 신청서를 작성해 카드가 송달됐다면 정상적으로 발급이 된 것으로 보고 일단 연회비를 부과한다"며 "향후에 등록도 되지 않고 고객이 카드를 받지 못했다고 하면 확인 절차를 거쳐서 연회비를 돌려준다"고 밝혔다.
금감원도 표준약관대로 초년도 연회비 납부는 카드 발급 시점을 기준으로 등록과 상관없이 무조건 초년도 연회비를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등록을 기준으로 연회비를 청구하는 것은 반드시 초년도 연회비를 받도록 하는 약관의 내용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사안을 좀더 검토해보고 필요하다면 지도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보우 단국대 교수(신용카드학과)는 "미등록 카드는 고객이 사용할 의사가 없는 것이므로 연회비를 청구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면서 "그러나 카드 사용 등록은 단순히 정상적으로 카드를 수취했음을 증명하는 것이며 카드 발급 신청서를 작성하는 것에서부터 카드 발급이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등록 카드라도 발행비용이나 관리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연회비를 청구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