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예술은 무엇이며 왜 필요한가?
그 근원은 원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당시에는 유희·주술·노동이 혼재, 가상과 실재(實在)의 구분이 없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작가는 자연의 법칙이 만들어 낸 원근법과 같은 알리바이를 무시하고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존재를 강조하거나 강렬한 색채로 표현한다.
예술은 시대의 변화와 사회상황에 따라 많은 변화를 거듭했다. 1914년과 1939년 인류에게는 세계대전이라는 큰 재앙이 있었다. 더불어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가치관을 추구하게 만들었다. 인간 존엄성을 비롯한 역사·정치·경제·사회 등 인류의 모든 분야를 송두리째 파괴해버린 두 번에 걸친 비극은 인류가 오랜 역사를 통해 축적한 상식과 가치관에 혼란을 주었다. 그에 대한 반성은 철학·정치·경제·학문·예술 등 모든 분야에 영향을 끼쳤으며, 사회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인간존엄사상과 같은 새로운 가치관이 자리 잡았다.
예술분야도 인류의 참혹한 만행을 반성하며 인간존중의 새로운 가치관을 수립하는데 크게 기여하게 된다. 그것은 역사적 비극이 남기는 교훈을 후세에게 전달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예술을 ‘시대의 거울’이라고 한다. 예술은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생겨나는 문자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빛과 색에 그리고 사람의 직관을 이용해 표현한다.
예술작품을 보면 특정 시대의 사회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고, 각 시대의 사상이나 행동양식도 즉각 간파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히틀러나 스탈린과 같은 독재자들은 예술을 통제하거나 통치의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독재자들이 추구하던 예술은 본질을 외면한 채 외형만을 지나치게 추구, 인간의 내면을 위한 예술이 되질 못해 대중의 지지를 얻는데 실패하고 만다.
현대에 와서 예술은 경제와 사회를 발전시키는 역할도 한다. 블룸버그통신에 의하면 지난해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을 방문한 관람객의 숫자가 850만 명으로 전 세계 박물관 중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2위는 583만 명의 관람객이 찾은 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 3위는 미국 워싱턴의 내셔널갤러리로 496만 명이 찾았다고 한다.
상위 10위까지 모두 유럽과 미국의 박물관, 미술관이 차지했다. 이 순위는 그들 나라가 보유한 경제력과도 거의 일치한다. 예술이 경제발전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한다. 즉 훌륭한 문화예술은 사회와 경제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또한 사람의 기본 감정인 칠정(七情)과 관습이 바탕이 되어 창작되므로 인간존엄을 추구하는 법과 질서를 만드는데 기여하기도 한다. 생명과 인권이 얼마나 존중되는지 표시하는 바로미터 역할도 하게 된다. 원시시대의 예술은 인류에게 유희·기원·생존을 선사했다.
중세의 예술은 인류에게 가상의 공간과 존재를 제시하여 역사와 사회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담당했다. 현대의 예술은 우리가 왜 살아가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가치관을 제공해주며 경제를 발전시켜 윤택한 삶도 선사한다. 이렇듯 예술은 각 시대의 상황에 따라 인류에게 다양한 자양분과 가치를 제공해준다.
박성택 예술의전당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