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형마트·슈퍼가 더 타격’…중소상인 ‘조사 의도 의심’

2009-10-13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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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출점으로 대형마트가 타격을 입는다면 SSM 출점의 당사자인 대형마트들이 왜 자기 발등을 찍는 짓을 하겠나. 대형마트들이 입는 타격보다 중소상인들이 입는 피해가 더 크며 이로 인해 지역 경제가 몰락해 가고 있다.”(김경배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 회장)

정부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동네상권 진출이 '대형마트'에 가장 큰 타격을 주고, 개인소형슈퍼마켓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아 파장이 일고 있다.

지식경제부와 중소기업청, 대한상의, 소상공인진흥원, 체인스토어협회, 한국유통학회는 지난 12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중소유통 경영실태조사결과 공동 설명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SSM 출점으로 중소상인들의 매출액과 고객 수가 전반적으로 감소했으며 종합소매업의 경우가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소매업과 식품·비식품 소매업 종사자 모두 70% 이상이 매출과 고객수가 줄었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내용은 이미 이전에 몇 차례 발표되었던 유통실태 조사와 많은 차이가 없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SSM 진출에 따른 지역 상권의 영향 분석 결과.

SSM 출점 이후 소비자들의 지출패턴 및 경로별 이용행태를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의 매출 비중은 39%에서 32%로 하락했다. SSM 진출 이후 상권이 안정됐다고 평가받은 곳의 경우에는 25%까지 내려갔다.

개인대형슈퍼마켓(면적 165㎡ 이상)의 경우 19%에서 출점 후 18%로, 안정 상권에서는 13%로 나타났다. 재래시장은 SSM 출점 전 13%에서 출점 후 12%로, 안정된 상권에서는 8%로 떨어졌다.

하지만 개인소형슈퍼마켓의 경우 출점 전 8%, SSM 진출 후에는 7%의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SSM 출점과 매출 변동이 큰 차이가 없다고 보고서는 판단했다. 홈쇼핑·인터넷 쇼핑몰·백화점도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식경제부는 이 같은 조사를 근거로 SSM의 출점으로 영향을 많이 받는 업체는 대형마트와 개인대형슈퍼·재래시장이며 개인소형슈퍼는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종호 지식경제부 유통물류과장은 “50평(165㎡) 미만 개인소형 슈퍼는 (SSM 출점에 대해) 영향을 별로 받지 않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소형 점포의 경우 개인대형슈퍼가 받는 영향력의 10% 미만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소상인 및 시민단체는 조사 방법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김경배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 회장은 “이번 조사 결과가 맞는다면 SSM 출점으로 매출이 30% 이상 줄어들었다는 이전의 조사 결과와 현재 쓰러져가는 지역 상권을 앞다투어 보도하는 언론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며 “SSM에 대한 허가제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조사 결과를 몰아간다는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사 주체만 봐도 체인스토어협회나 대한상공회의소 등 대형 유통업체의 이해관계에 더 가까운 이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등 이번 조사에 중소상인이 참여할 기회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는 지난 12일 저녁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오는 14일 오전 11시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및 소상공인 생존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로 했다. 

아주경제= 박상권 기자 kwo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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