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개인파산 신청도 할수없는 소액채무자

2009-10-1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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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용직 이 모씨(28세)는 저축은행, 캐피탈, 대부업체에서 총 1800만원을 빌려 썼다. 한달 소득이 50~100만원 밖에 안 되는데다 이미 돌려막기로 대부업체까지 간 상황이다. 하지만 파산하기엔 금액이 너무 적고 개인회생도 소득이 일정치 않아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 대학생 손 모씨(24세)는 학자금과 생활비로 300만원 가량의 카드빚을 졌다. 아르바이트로 버는 한달 수입이 80만원에 불과한 그녀는 빚독촉을 견디지 못하고 개인회생을 신청하려 했다. 하지만 소액이라는 이유로 신청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경기 침체로 소액 채무를 진 저소득층이 늘고 있지만 소액 채무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변제 능력이 없는 소액채무자들은 신용회복지원을 받기 위해 편법으로 고의 연체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13일 제2금융권 및 정치권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채무불이행자가 감소하고 있지만 소액 채무불이행자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6월말 1000만원 이하 소액 채무불이행자는 115만4880명. 이는 지난해 말보다 8658명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1000만원 이상의 채무불이행자는 17만2275명 줄었다.

하지만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회생제도는 극히 제한적이다.

채무를 변제할 능력이 없는 경우는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제도를 이용해야 한다. 개인회생은 법원이 채무를 조정해 채무자가 장기간 채무를 갚아나갈 수 있게 하는 제도이며, 개인파산은 채무이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채무를 전액 탕감해주는 제도다.

법원은 개인회생ㆍ파산의 채무액 하한을 정하지 않고 개인의 재산, 소득 여부, 장애, 연령 등을 종합해 개인회생ㆍ파산 허가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1000~2000만원 수준의 채무는 법원이 소액이라는 이유로 파산은 물론 개인회생 신청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일용직처럼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경우에도 개인회생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개인회생ㆍ파산 전문 법무법인의 한 관계자는 "법원의 재량에 따라 다르지만 소득이 100만원인 20대 후반의 남성이 1500만원의 부채를 가지고 개인회생을 신청하면 받아들여지지 않을 확률이 아주 높다"며 "개인회생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채무자가 열심히 일하면 상환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채무는 소액이지만 소득도 적어 변제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저소득층은 개인회생제도를 이용하기가 힘들다. 연체 이자가 붙어 채무액도 계속 불어나지만 채권 추심 압박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개인회생이 어려운 경우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의 도움을 받기 위해 채무를 조금씩 갚아나갈 능력이 있는 경우에도 일부러 채무를 연체하는 편법이 등장하고 있다.

법무법인 관계자는 "개인적으로도 안타까운 경우가 어려운 형편으로 사회생활 초년기에 빚을 지고 이를 계속 돌려막다가 빚이 계속 늘어나는 경우이다"며 "개인회생 신청 자격이 안 된다고 판단되면 90일 동안 이자도 내지 않고 버티다가 신복위로 가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신복위는 개인회생과 마찬가지로 이자 탕감, 원금 분할 상환 등의 지원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연체가 90일 이상이어야 신용회복지원 신청 자격이 생긴다.

다른 법무법인의 관계자는 "600만원을 10만원씩 5년동안 갚겠다고 하면 좋아할 채권자는 한 명도 없을 것"이라며 "석 달 동안 빚독촉을 견뎌야 하는데 이것도 채무를 갚아나가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그나마 제2금융권이라면 신복위의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신복위와 협약이 안 된 중소규모 대부업체라면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밝혔다.

아주경제= 고득관 기자 dk@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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