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환 문화/레저부장 |
중국인 한국관광투어를 인솔하고 있는 어느 가이드의 자조적인 한탄이다.
이들에게 민간외교사절이란 자부심이 사라진지 오래다. 법적인 신분 보장이나 생활보장이 전혀 안되기 때문이다.
오로지 수입은 쇼핑 수수료, 특히 인삼판매에 달려 있다.
관광객의 1인당 인삼 판매수수료 중 약 80%는 여행업체의 몫이다. 나머지 20%정도가 가이드 생활비와 기타 경비로 떨어진다. 현실이 이러니 가이드들의 역할이 올바른 역사와 정보를 제공하는 한국의 홍보 메신저가 아니라 인삼 장사꾼으로 전락한 것이다.
특히 한국인 관광가이드들의 설 땅이 없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가이드는 약 1200명 정도다.
처음엔 대부분 화교출신으로 시작한 가이드의 비율은 현재 조선족이 75% 이상을 차지한다.
대부분이 임시 자격증이거나, 무자격자들이다. 화교출신이 20%, 순수 한국인은 채 5%가 안 된다. 숫자로 따져도 겨우 60여명, 그나마 현직에서 뛰고 있는 가이드는 절반 수준이다.
한국 땅에서 한국인이 큰소리 못 치는 유일한 분야인지도 모른다.
누가 얼마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지는 큰 논의거리가 못된다.
문제는 가이드의 자격이다. 제대로 된 국가관을 가지고 한국의 올바른 역사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특히 최근 중국 정부가 열을 올리고 있는 ‘동북아 공정’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가장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가이드다. 그런데 일부 가이드들은 그럴 능력도 부족하고, 그럴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한국관광 콘텐츠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제공이 아니라 인삼쇼핑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불만도 만만찮다.
중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관광 이미지는 볼 것도 없고, 국적불명의 싸구려 음식에 바가지만 씌우는 나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대한민국이 싸구려가 됐다.
중국인의 덤핑관광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여년을 관행처럼 이어오고 있다.
중국인 투어관광 팀을 받으면 1인당 10만원의 적자를 안고 시작한다.
1인당 하루 시티투어 비용도 15달러(약 1만 8000원) 선으로 책정된다. 그러나 현실은 최소 60달러(약 9만원)는 되어야 한다. 하루 15달러로 먹고, 자고, 시내관광을 해야 하는 것이다. 전혀 불가능하다. 그러니 싸구려 음식에 비싼 입장료가 들어가는 볼만한 관광지는 피할 수밖에 없다. 이 적자 부분을 메우는 것이 바로 인삼 쇼핑이다.
업계는 이런 현실을 애써 무시하고 있다. 열악한 관광산업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눈앞의 이익만 쫓다가 발길이 끊긴 대만 관광객들의 우(愚)를 되풀이 할 것인가.
앞으로도 중국인의 관광 수요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일본인 수요를 넘어 1위 시장이 될 것이다.
관광산업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유럽이나 미국인의 관광 상품처럼 제값을 받는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한국인 관광가이드의 처우개선을 위한 대안도 내놓아야 한다. 앞으로는 자정을 외치고 뒤로는 덤핑상품 경쟁을 하는 ‘몰염치’한 행위가 계속되어서는 곤란하다.
문화관광체육부(이하 문화부)도 ‘관광통역안내 가이드 법’을 제정, 우여곡절 끝에 내년 9월 26일부터 전격 시행한다.
문화부 관계자는 임시 가이드 자격증을 폐지, 정규 자격증으로 바꾸기로 하고 재교육과 감시와 단속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때 늦은 감이 있지만 강력한 시행을 통해 혼탁한 한국관광시장을 바로 잡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한국인 관광가이드의 지위 향상과 생활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기를 촉구한다. 더 이상 민간자율만 강조해선 안 된다. 주무부서로서 책임 있는 행동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