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시장에서 금융기관이 부당한 가입을 종용하는 이른바 '꺾기'가 성행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감독에 혼선을 빚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8일 보험연구원이 공개한 '퇴직연금 가입 및 인식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퇴직보험을 퇴직연금으로 전환한 314개 기업의 21.4%인 51개 기업이 금융기관의 불건전 가입권유 행위가 있었다. 기업 5개사 중 1개사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부당한 가입 권유를 받은 셈이다.
퇴직연금 운용 금융기관들은 주로 대출만기 연장과 우대금리 및 대출거래 조건 유지, 신규대출 허용, 회사채 연장 등을 미끼로 가입을 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은행권의 꺾기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당하게 가입을 권유받았다는 응답 51건 중 46건이 은행에서 이뤄졌으며 보험사는 3건, 증권사는 2건에 그쳤다.
퇴직연금시장에서 꺾기 등 불공정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지만 감독당국은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관련부서간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더라도 해당 부서에 검사를 요청해야 하는 등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지는데다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힘든 상황이다.
보험계리실 관계자는 "조직이 확대된다면 검사기능까지 갖추는 것이 맞다"면서 "사안이 있을 때마다 은행서비스국을 비롯해 해당 서비스국에 검사 요청을 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규정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시급하다. 보험업법상 직원의 복리후생을 위해 적립하는 것은 구속성 자금으로 볼 수 없어 퇴직연금에 대해 금융기관을 규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금감원 기업재무개선지원단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구속성 수신으로 볼 수 없다"면서 "기업이 퇴직연금에 가입할 때는 직원의 절반 또는 노조의 동의를 구하도록 하고 있어 금융기관의 부당행위를 입증하기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사주 입장에서 경영이 어려울 경우 직원들을 설득해 퇴직연금사업자를 변경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도와주고 싶어도 거래은행과의 관계에 묶여 사실대로 이야기하는 기업이 드물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를 작성한 류건식 선임연구위원은 "금융기관의 대출과 신탁부문의 완전한 분리를 통해 불건전 가입권유행위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면서 "당국은 실태점검과 관련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