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가 G20 국가 중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며 출구전략을 시도함에 따라 국내 채권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호주에 이어 한국은행도 정책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호주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 심리를 부추겨 채권금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7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4.47%로 호주가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한 뒤 이틀 동안 0.13%포인트 올랐다. 국고채 5년물은 같은 기간 4.85%로 0.1%포인트 올랐으며, 1년만기 통화안정채권도 3.63%로 0.09%포인트 올라 지난해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회사채 3년물(AA-)도 5.49%에서 5.61%로 0.12%포인트 상승했고,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역시 0.02%포인트 오른 2.79%를 기록해 2.80%대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채권금리가 일제히 오름세로 돌아선 것은 호주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다. 호주는 지난 6일 1년 7개월 동안 정체돼 있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3.25%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한은이 다음 '타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시장에 퍼지고 있다.
또 하루 앞으로 다가 온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이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명확한 신호(시그널)을 내비칠 가능성도 커졌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호주의 금리 인상에 이어 한국도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져 채권 시장이 크게 반기는 분위기"라며 "국내 경제 상황이 호주와 달라 예상하기가 쉽지 않지만 채권금리는 출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달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11월 기준금리 인상을 염두에 둔 상당히 강력한 발언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준석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채권시장은 당분간 호주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후유증을 앓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투협이 이날 발표한 '10월 채권시장지표 동향' 보고서도 "주요 경제지표의 개선과 출구전략에 대한 부담은 채권시장에 금리 상승 압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동안 막대한 양의 채권을 매입하며 환율 하락을 이끌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6일부터 채권을 내다 팔기 시작한 것도 채권금리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반면 최근 시중금리가 이미 기준금리 인상분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어 채권금리가 추가로 급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오석태 SC제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호주와 한국이 겪고 있는 경기침체의 깊이가 달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며 "국내 채권금리는 기준금리 인상분을 미리 반영한 부분이 크기 때문에 박스권에서 다소 오르다가 이내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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