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이 휩쓸고 지나간 서(西)수마트라의 주도 파당에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급파된 구조팀이 생존자 찾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으나 건물이나 지반 붕괴 현장에서 생존자가 나올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구조작업이 인구 90만의 대도시 파당에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강진으로 인한 대형 산사태가 연쇄적으로 일어난 파당 외곽 마을의 피해 상황에 대한 우려는 계속 커지고 있다. 도로와 교량이 상당수 파괴되면서 구호요원들이 파당 외곽의 마을들에 접근하기가 아직도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일례로, 파당과 외곽 소도시들을 잇는 직선거리 25㎞짜리 도로는 평소라면 자동차로 35분이 걸리지만, 현재는 도로 곳곳이 심하게 파손돼 10시간이 넘게 걸리는 실정이다.
4일 현재까지 인도네시아 국가재난관리청에 따르면 이번 강진으로 파당 인근 지역에서만 적어도 644명이 죽거나 매몰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이 모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이번 지진으로 인한 전체 사망자 수는 1300명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또한 이번 지진으로 가옥 8만3712채, 공공건물 200여채, 학교 285곳, 교량 5개가 완파됐다.
그동안 진입이 어려웠던 파당 외곽의 소규모 마을들의 피해 규모까지 합치면 사망자수와 물적 피해 규모는 이보다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파당의 유명 숙박시설인 암바캉 호텔이 붕괴한 현장에서는 200여명의 투숙객이 매장된 것으로 파악되지만 생존자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금까지 시신 30여구가 발견된 것 외에 생존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유수프 칼라 인도네시아 부통령은 파당의 구조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더 이상 생존자를 발견할 만한 희망이 없다"며 절망적인 표정을 지어 보였다.
시신 발굴작업이 진행되는 파당 곳곳에서는 건물 붕괴로 심하게 훼손된 시신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특별한 장비도 없이 맨손으로 건물 잔해를 치우며 가족의 시신을 찾으려 애쓰는 일부 주민들의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착잡하게 했다.
3일부터 파당 공항은 전 세계에서 속속 들어오는 구호인력과 물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세계 각국에서 라면 등 긴급식량이 속속 도착하고는 있지만, 주민들은 깨끗한 물을 구하기 힘들어 제대로 음식을 해먹지도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기공급이 끊어지고 마땅한 통신수단을 구하는 것도 어려워 세계 각지에서 급파된 지원인력들의 구호작업에도 큰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