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과 국책은행 등 공공기관들이 보유 중이던 기업 지분을 잇따라 매각하면서 금융위기 이후 실종됐던 기업 간 인수·합병(M&A)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인수의향서 접수를 지난달 29일 마감했다.
이번 매각은 금호그룹이 산업은행과 맺은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이행하기 위한 것으로, 금호그룹과 산업은행은 매각 작업을 가급적 빨리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종합상사의 인수 파트너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지분 22.53%)이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현대상사를 시장에 내놓으며 성사된 것이다.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외환은행 등이 전체 지분의 18.06%를 갖고 있는 하이닉스도 효성에 팔릴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서는 효성이 자신보다 5배 가량 큰 하이닉스를 인수할 수 있겠느냐는 비관론이 일고 있지만 효성이 워낙 적극적으로 의사 타진을 하고 있어 결과를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산업은행은 또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작업을 올 말이나 내년 초 재추진하고, 현대건설·동부메탈 등의 매각 작업도 조만간 실시할 계획이다.
자산관리공사(캠코)도 대우인터내셔널을 매각한다.
캠코는 이번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매각 소위에서 매각 주간사 선정 절차를 보고할 계획이다. 절차가 승인되면 실사를 진행하고, 인수의향서(LOI)를 받은 뒤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들어간다.
또 대우인터내셔널을 팔면서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주식 492만주(24%)에 캠코의 보유지분 9.9%을 얹어 일괄 매각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금융회사 중에서는 우리금융지주의 매각 작업이 본격화 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공공기관들이 기업 매각에 열을 올리는 것은 기업 구조조정 및 공적 자금 회수를 위한 것으로, 최근 증시가 크게 올라 M&A 시장을 형성하는 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
금융 공기업 관계자는 "경영난에 시달리던 기업에 투입한 공적자금을 다시 회수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업을 파는 수 밖에 없다"며 "금융위기 이후 기업가치가 급락해 매각이 어려웠지만 최근 주식시장이 올라 좋은 시장 상황이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매수자들은 경기침체 여파에 대한 경계심을 유지하고 있어, 여러 매각 작업 중 몇 건이나 성사될 지는 미지수다.
또 국내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돼 있어, 외국계 기업이나 자본이 국내 알짜 기업 '사냥'에 나설 수도 있다. 이럴 경우 향후 '먹튀' 논란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대우건설 매각건의 경우 비밀유지 협약에 따라 인수 희망 기업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국내 기업 중에서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유일하다. 그 밖에는 미국 기업인 벡텔과 파슨스, 사모펀드 블랙스톤, 유럽계 사모펀드 퍼미라, 사우디아라비아 투자기관 S&C 인터내셔널 등이 참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좋은 기업들이 이렇게 한 번에 매물로 쏟아져도 시장은 준비가 돼 있지 않아 선뜻 인수에 나서기 쉽지 않다"며 "해외 사모펀드 등은 M&A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인 뒤 되파는 식으로 돈을 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극성을 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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