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가 네티즌 876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추석관련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43.1%가 명절 모임에서 가장 듣기 싫은 말로 이 같은 외모와 관련된 혹평을 꼽았다.
2위와 3위는 '애는 안 낳니'(22.9%)와 '결혼해야지'(17.7%)였고 '철 좀 들어라'(7.2%)와 '취직 안하니'(5.5%)가 뒤를 이었다.
명절 연휴가 코앞이다. 이번 연휴는 고작 3일이다. 예년 최장 9일간 즐길 수 있던 것과 비교하면 너무 짧게 느껴지는게 사실이다. 반응도 각양각색이다. 너무 짧아 돈 나갈 일이 없다는 사람부터, 어려운데 고향은 무슨, 푸념도 생겨난다.
가정해체로 명절을 함께 즐길 대상이 없어져 버린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추석에 반감을 드러낸다.
조손가정, 한부모 가정 등 단어만으로도 추석분위기를 냉랭하게 만들어 버린다.
통계청에 따르면 부모 중 한쪽에 자녀가 딸린 한부모 가구는 137만 가구, 부모없이 조부모와 손자녀가 사는 조손가구는 5만8000가구로 5년전에 비해 21.9%, 28.5%가 각각 늘어났다. 지척에서 들리는 한숨소리에 누구라도 마음이 편치 않을 정도다.
이렇듯 추석이 좋은 사람과 서러운 사람이 극명하게 갈리는 요즘이다.
민족 4대 명절의 하나인 추석은 가장 풍성한 때이다. 한해 농사를 끝내고 오곡을 수확하는 시기로 햇곡과 다양한 음식이 선보인다. 다채로운 민속놀이도 행해진다. 오랜 세월 풍요의 상징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흐르는 세월에 인심도 변하는 법. 연휴와는 달리 명절인심이 그리 후하지 못한 것 같다.
경기침체가 큰 몫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반가운 얼굴을 떠 올리다가도 추석 선물 지출비용에 고개를 흔든다. 연휴 기간 가사부담이 걱정스러운 여성들의 푸념도 이어진다. 친구와의 만남도 그렇게 달갑지 않을듯 싶다.
어려워진 경제상황에 맞춰 하소연이 길어지기 십상이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명절이 민심의 표출장이 돼 버린듯 하다. 세상사 온갖 얘기들이 술안주거리로 등장, 입으로 전해지기 때문일 게다.
그래도 추석하면 뭐니뭐니 해도 선물이 빠질 수 없다. 두손 가득 선물보따리를 들고 고향길에 오르는 자식들의 모습은 생각만 해도 좋다.
최근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이 마산시 중앙동의 옛 롯데크리스탈호텔 부지를 경남도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한다. 옛 크리스탈호텔 부지는 8113㎡로 공시지가가 80억원에 달하며 시가는 100억원대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 회장은 그동안 롯데에 애정을 보내준 마산시민과 경남도민들에 감사를 드린다며 서민들과 어려운 이웃들의 의료 편의를 위해 써 달라며 흔쾌히 호텔 부지를 내놓았다.
이에 따라 옛 크리스탈호텔을 포함한 부지에 국비와 도비 각각 225억원 총 450억원을 투입해 400병상 규모의 의료원이 2012년 완공된다.
롯데의 크리스탈호텔 부지 기부는 경남도민들에게 큰 선물이다. 대부분 서민들이 이용하는 마산의료원이 부지가 협소하고 시설이 낙후돼 신축·확장 사업이 절실했으나 여태껏 부지를 확보 못해 애를 태워왔다.
한가위를 맞아 롯데가 푼 선물보따리가 경남도민에게 큰 힘이 되기를…
아주경제= 박상권 기자 kwo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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