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 진입을 눈 앞에 둠에 따라 정부와 외국인 사이에 환율 줄다리기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외국인은 △국내 증시의 파이낸셜타임즈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지수 편입 △미국의 저금리 기조에 발맞춘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 등을 국내 증시에 쏟아부으며 환율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나친 환율 하락은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환율 방어선을 칠 기세다.
◆ 외국인, 환율 하락 이끈다
미국 정부는 경기 침체 극복을 위해 저금리 정책을 펴고 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는 0.00~0.25%로 사실상 제로 금리나 다름없다. 재할인금리는 0.5%에 그치고 있다.
이에 저금리로 달러를 빌려 고금리인 다른 국가에 투자하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국내 증시에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실제로 외국인은 지난 7월부터 현재까지 국내 증시에서 14조7763억원 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달에도 4조8574억원나 순매수하며 환율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또 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수지 흑자와,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가능성 고조 등이 환율 하락을 유도하고 있다.
최근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증시 회복으로, 미국의 달러화나 국고채 같은 안전자산 보다는 위험자산 쪽으로 돈이 몰리는 것도 달러화 하락에 일조하고 있다.
이에 원·달러 환율은 이제 1200원대를 지나 1100원대로 진입할 태세다.
22일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환율은 전일 대비 0.60원 하락한 1203.80원으로 마감해 연중 최저치(종전 21일 1204.40원)를 경신했다. 지난 21일 장중에는 1202원20전까지 하락해 지난해 10월 15일 장중 최저였던 1193원 이후 11개월 만에 최저점을 찍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가 가속화한 지난해 10월 1일 1214.80원으로 1200원대에 진입한 뒤, 올 3월 1600원선을 위협했다. 하지만 이내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며 9월 중순 이후부터는 1210원 전후에서 거래되고 있다.
최근 국내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고, 증시 호조세가 지속될 전망이라 이 같은 환율 하락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시중은행 외환 딜러는 "원·달러 환율은 미 달러화 약세, 국내 증시 호조, 외국인 순매수 강화 등으로 하락이 불가피하다"면서 "현재로서는 1100원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하강 속도는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정부 "환율 하락 두고 볼 수만은 없다"
이에 정부는 환율 하락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너무 오르면 수출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다. 또 그동안 고환율로 누려오던 불황형 무역흑자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어느 수준의 환율이 적정한지는 시장이 판단하는 것으로, 시장 기능을 존중하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봐 달라"면서 "환율이 정상적인 흐름에서 이탈하면 어느 나라든 정부가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윤 장관이 출구전략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원화 강세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전망도 대두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수출 및 수익을 위한 적정 원달러 환율을 1100~1200원으로 보고 있어 정부의 이 같은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또 자본시장에 달러가 넘쳐 환율이 급락, 외국인 자금이 한번에 이탈할 경우 자본시장이 혼란해 질 수 있다는 점도 정부의 입장을 반영한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1200원선에서 환율 지지선을 구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환율이 1200원선 언저리에 있기 때문에 정부의 본격적인 개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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