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라는 강력한 부동산규제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투자수요를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10월 추석 이전 집값 상승세는 꺾을 수 있으나 개발호재와 저금리정책으로 인해 집값 상승이라는 추세적 분위기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또 한쪽을 누른 만큼 다른 한쪽이 부풀어 오르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나 분양시장 과열, 소형 주택 급상승 등의 부작용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추가 매수세 차단..집값 다소 진정
정부는 7일부터 현재 투기지역인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를 제외한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비투기지역에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축소한다고 5일 발표했다.
서울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금액이 5000만원을 초과하면 DTI가 50%, 인천·경기 지역은 60%가 적용된다. 강남3구는 기존 DTI 40~50%가 유지된다.
최근 집값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던 수도권 외곽은 이번 DTI강화로 매수심리가 꺾여 집값이 조정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대표는 "과열조짐까지 보였던 과천, 용인, 청라 등 수도권 일부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다소 진정될 것"이라며 "소득증빙이 어려운 자영업자나 구매력이 떨어지는 외곽지역 거주자는 단기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도 "DTI 강화는 대출을 억제해 주택 구매 수요를 차단한다는 점에서 거래시장에 직접적인 효과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전세 값 불안 양상을 기저로 해서 강남을 넘어 강북과 수도권 이남으로 확산될 기미를 보였던 주택시장 호가 상승에 브레이크를 거는 셈"이라고 평했다.
◆"추석이후 집값상승 막기 역부족"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는 단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조정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갑 대표는 "현재 부동산 시장이 입주물량과 공급물량이 턱없이 부족하고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상승하고 있어 이번 조치는 부동산 가격을 '조정'하는데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실장도 "이미 오른 가격을 조정시켜 떨어뜨리는 효과는 거의 없다"고 전망했다. 그는 "도심 수급불안과 국지적인 지역 호재로 토지가격이 앙등하는 지역이나 분양시장의 프리미엄이 기존시장을 자극하는 지역은 장기적인 상승압력이 팽배해 있어 가격을 떨어뜨리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박상언 대표는 "연립, 다세대 등은 규제대상이 아니어서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신축이 가능한 단독주택으로 투자수요가 몰릴 수 있다"며 "2006년에도 6억원 초과 주택의 DTI규제로 소형주택 가격이 크게 오른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규제는 제 1은행권만 해당되고 제2금융권(보험,신용금고)에는 해당되지 않아 집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으면 대출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몰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향후 제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도 규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 냉각을 우려해 실제 제2금융권까지 규제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분양시장 과열..청약광풍 부나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분양시장이 과열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DTI규제에는 분양시 받을 수 있는 집단대출은 제외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민층은 정부가 공급하는 공공주택인 보금자리주택으로 더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중산층의 갈아타기 수요도 하반기 예정된 인천 영종지구, 뉴타운 물량 등 유망 중대형 분양물량으로 대거 몰리는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자칫 매매시장에 대한 규제가 분양시장 청약광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박상언 대표는 "보금자리주택에 전매제한기간을 최장 10년까지 늘린다고는 하지만 워낙 주변시세보다 싸게 분양되고 대출규제를 받지 않아 판교신도시 때보다 청약광풍이 더 거셀수 있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실장은 "정부의 이번 조치가 신규 분양시장에서는 호재가 될 수는 있으나 유망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간 차별은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청약시장 양극화로 인해 수도권 외곽이나 유동성위기 논란이 있는 사업지들은 은행자체 심사에서대출이 쉽지 않을 수 있으므로 이번 대출규제의 간접적 영향력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표-수도권 아파트 DTI비율>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jsy@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