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센터 출범 5개월…한화사건 첫심리

정식재판을 거치지 않고 민사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지난 4월 도입된 법원조정센터가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에 있는 서울조정센터는 4일 한화그룹이 산업은행과 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3000억원대의 대우조선해양 지분인수 이행보증금을 돌려달라며 낸 조정신청사건에 대한 첫 심리를 1시간40분 정도 열었다.

조정위원 4명, 한화그룹 관계자와 변호인 6∼7명, 산업은행 관계자와 변호인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심리에서 당사자들은 모두 진술을 한 뒤 번갈아가며 입장을 밝혔고 조정위원들은 필요한 경우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황덕남 상임조정위원은 "쌍방이 활발하게 자신의 입장을 개진했다"며 "현재로서는 언제 조정이 성립될지 알 수 없지만 해외 사례 등을 검토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작년 3월 대우조선 매각 절차에 착수한 산업은행은 11월 한화컨소시엄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자금 사정이 악화되면서 인수협상이 결렬됐다.

이에 산업은행은 3150억원의 이행보증금을 몰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한화측은 일부라도 돌려받겠다면 조정신청을 했다. 막대한 비용에 수년이 걸릴 수 있는 소송보다는 먼저 비용 부담이 작고 절차도 간편한 조정을 선택한 것이다.

당사자 간의 대화와 타협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사법절차인 조정은 정식 소송은 아니지만 성립되면 소송에서 확정 판결을 받은 것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갖는다.

법원조정센터는 불필요한 소송으로 인한 사회적인 비용을 줄이고, 재판부의 배당사건을 줄여 집중적인 심리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법원 부설기관으로 지난 4월 설립됐으며 현재 서울과 부산에서 운영중이다.

서울조정센터는 4개월간 지난해 같은 기간 서울중앙지법 조정전담부에서 처리한 540건에 비해 17% 늘어난 631건의 사건을 처리했다. 이 가운데 265건에 대한 조정이 성립돼 조정성공률은 58%로 작년 같은 기간의 54%보다 개선됐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조정의 역할이 제한적이어서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125만9031건의 민사분쟁 사건 가운데 조정건수는 5만1958건으로 처리비율이 4.1%에 불과했다.

법원은 올해 하반기 중 조정센터를 대전, 대구, 광주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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