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美 대등외교'에 亞 국제 중심지 우뚝

2009-09-01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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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선진국들이 일본의 정권교체에 따른 외교통상 정책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8ㆍ30 총선을 통해 집권한 민주당의 '대등외교' 및 '동아시아 공동체' 공약이 실현될 경우 국제 정치경제 판도가 크게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일찍이 지역 경제를 통합해 제갈길을 모색해온 유럽연합(EU)보다는 미국이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의 대등한 외교가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의 지론인 탓이다.

그는 과거사에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입장을 내비쳐 주변국들의 환심을 사고 있기도 하다. 동아시아 공동체가 실현될 수 있는 토양을 다지려는 것이다. 한ㆍ중ㆍ일 3국의 미묘한 신경전을 틈타 실력행사를 해온 미국으로서는 긴장감 속에 아시아를 주시할 수밖에 없다.

전 세계가 새로운 시장을 찾아 아시아로 몰려 들고 있다는 점에서 아시아가 곧 국제 정치경제 중심지로 부상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대등한 대미외교 "할말은 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 "일본 차기 정부는 미국에 더 많은 요구를 하고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등한 미ㆍ일 관계, 미ㆍ일 지위협정 개정 제기, 미군 재편 및 주일 미군기지 재검토 등 민주당이 공약으로 내건 주요 대미 외교 정책에 따른 것이다. '더 많은 요구' 가운데는 미국이 중국과 벌이고 있는 '전략경제대화'와 같은 협상테이블 마련도 포함될 것이라고 신문은 점쳤다.

하토야마는 대신 중국 등 아시아 주변국과의 관계를 긴밀히 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는 특히 미국보다는 날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에서 더 많은 가능성을 찾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를 계기로 최근 들어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새삼 돈독해진 점을 감안하면 미국과 일본이 중국을 두고 한 판 경쟁을 벌이는 상황도 전개될 수 있다. 미국으로서는 외교력의 상당 부분을 아시아에 집중시키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일본이 미국 중심의 외교 정책에서 벗어나 아시아로 눈을 돌리게 된 데는 경기침체도 한몫했다. 경기가 회복돼도 일본의 대미 수출 규모가 침체 이전으로 회복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사정은 우리나라와 중국도 다르지 않다. 아시아지역 국가들의 경제협력 수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전 세계 아시아시장 눈독
아시아지역뿐 아니다. 이미 아시아시장에 대거 진출한 선진국들도 진출 확대 기회를 엿보고 있다. 경기침체로 기력이 다한 선진국시장에서는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들에겐 중국과 인도, 동남아시아가 모두 신천지다. 최근에는 아시아 각지에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잇따르고 있어 시장 진출을 위한 선진국들의 행보는 속도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우리나라와 인도가 포괄적경제동반자(CEPA) 협정에 서명했고 인도와 아세안(ASEANㆍ동남아국가연합)도 FTA 협정을 맺었다. 중국 역시 아세안과 투자협정을 체결하고 FTA 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중국과 인도, 아세안의 인구는 세계 인구 절반에 가까운 31억명에 달하고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7조 달러에 이른다.

중국과 인도가 동남아시아지역에 진출하자 지역 맹주를 자처해 온 일본도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토야마는 대미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 세계와 경제연대협정(EPA)과 FTA를 맺기 위해 다발적인 교섭에 나설 방침이다.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도 사실 이런 절박함의 산물이다.

미국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은 경기부양에 나서느라 대규모 재정적자에 시달리면서도 지난 4월 100억 달러를 대출을 통해 출연했다. 아세안 국가들의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또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최근 태국을 방문, 동남아시아지역에 앞으로 중국보다 많은 투자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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