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법적 대응 공식화…금호측 "대응조치 못 느껴"

2009-09-0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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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해임된 박찬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화학부문 회장이 한 달 만에 법적 대응에 나섰다.
 
1일 박찬구 전 회장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산지는 기자들에게 보낸 담화문을 통해 박 전 회장의 대외적인 입장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일을 맡았다고 밝혔다.
 
담화문에 따르면 “박찬구 회장은 지난달 11일 박삼구 회장을 포함한 이사들을 상대로 ‘첨부문서’를 발송한 바 있는데, 그로부터 상당기간이 경과한 지금까지도 답변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박 전 회장측은 “지난 7월28일 박삼구 회장의 ‘거수기’로 전락해버린 이사회 결의에 의해 해임이 강행되었는데, 박찬구 회장은 박삼구 회장이 이의 위법성과 부당함을 자인하고 결자해지의 자세로 사태해결에 임할 것을 기대했다”면서 “박삼구 회장은 이러한 기대를 저버리고 오히려 박찬구 회장에 대한 일방적 매도, 진실을 은폐한 언론플레이, 심지어 박찬구 회장의 의사를 확인도 하지 않은 채 ‘향후 법적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수차례 공언하는 오만한 태도까지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 동안 박삼구 회장이 보여준 자신의 경영실패에 대한 대처방법과 너무나도 닮아 있기에 박찬구 회장은 더욱더 깊은 실망과 함께 인간적 측은함마저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박삼구 회장은 ‘가족간 공동경영 합의를 위반해 그룹의 정상적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는 등 그룹 발전과 장래를 위해 해임조치를 단행하게 됐다’고 하면서 마치 박찬구 회장이 본인 사익을 위해 회사 경영에 걸림돌이 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우선 ‘가족간 공동경영 합의 위반’을 국내 굴지 상장법인 대표이사의 해임사유로 들고 있는 것 자체가 ‘소액주주’들이 존재하는 공개기업을 자신의 사유물인 것처럼 전횡을 휘둘러온 박삼구 회장의 경영태도를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오히려 박삼구 회장이 ‘일사불란한 그룹 경영’이라는 미명하에 타 가계 의사를 철저히 무시하고 자신의 경영권 독점을 위한 방편으로 사용해온 것이 소위 ‘가족간 공동경영의 실체’였음을 밝히고 싶은데, 이는 ‘형제라고 다 회장이 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전 국민 앞에서 서슴없이 할 수 있는 그의 태도에서도 잘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사회가 거론한 ‘해임사유’에 대해 반박하고 나섰다. 박 전회장측은 박삼구 회장이 해임의 첫째 사유를 ‘재무구조개선약정서 날인거부’, 둘째 사유를 ‘다른 대표이사의 인감 반환거부’를 들었다며 박찬구 회장이 약정서 날인을 거부하고, 대표이사 인감을 보관한 것은 ‘대우건설 풋백옵션’이라는 박삼구 회장의 경영실패 책임을 금호석유화학과 타 계열사에 전가하려는 일련의 위법행위로부터 주주 및 임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회장측은 지난 6월께 박찬구 회장이 박삼구 회장으로부터 금호석유화학을 대리해 주거래은행과의 재무구조개선약정에 날인할 권한을 위임한다는 ‘위임장’에 서명날인할 것을 일방적으로 요구받았으나 금호석유화학이 왜 재무구조개선약정에 서명해야 하는지, 서명을 하면 어떠한 의무와 책임을 지게 되는지’ 등에 관해서는 한마디 설명이 없었고, 심지어 대표이사인 박찬구 회장에게 약정서 자체를 보여주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전 회장은 무리한 풋백옵션 의무와는 관련이 없는 금호석유화학이, 주주 및 임직원 입장에서의 검토 한번 없이, 일방적 의무만을 부담할 것이 자명한 약정서에, 게다가 내용조차 읽어보지 못한 상태에서 서명하는 것은 그 자체로 ‘배임행위’라는 판단이 들었으므로, 재무구조개선약정서 날인을 거부하고 대표이사 인감을 보관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회장측은 "박삼구 회장이 추구한 외형추구 일변도의 독단적 경영권 행사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어 왔고, 지금 금호그룹에 닥친 유동성 위기 앞에서 박삼구 회장의 경영책임 가시화를 ‘사전엷 봉쇄하기 위해 결국 박찬구 회장을 ‘희생양’으로 삼아 축출하려는 시도가 바로 이 사태의 본질"이라고 주장하며 박삼구 금호 명예회장의 퇴진을 재차 촉구했다.

한편 박삼구 명예 회장 측은 이에 대해 "박찬구 전 회장의 언론 플레이에 일일이 대응할 가치를 못 느낀다"며 "정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법적 조치를 강구하면 될 것"이라고 박 전 회장의 주장을 일축했다.

아주경제= 박상권 기자 kwo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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