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국내은행들에 투자은행(IB) 업무에 제동을 걸고 있어 시중은행 관계자들의 볼멘 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들의 투자 금융 부문에 압력을 넣고 있으며 IB사업을 신중하게 진행하라는 내용을 은행 IB사업 담당 임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IB사업 담당 고위 관계자는 "금융감독당국이 금융위기로 파생상품 투자에서 큰 손실이 나자 투자금융업무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은행 IB업무를 맡고 있는 팀장도 "감독당국이 투자금융과 관련해 공식적인 지시를 내리지는 않았지만 최근 일부 은행에 대한 감사 중 압박감이 확산됐다"며 "감독당국이 구체적으로 제약을 가하지 않았지만 실무진에서는 업무에 많은 부담을 느낀다"고 말했다.
문제는 금융감독당국이 제약 대상을 파생 및 구조화 상품 등 리스크가 높은 상품은 물론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 등 안전 자산으로까지 폭넓게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2007년 우리은행이 안전채권으로 분류해 투자, 관리했던 신용부도스와프(CDS), 부채담보부증권(CDO)이 90%의 손실을 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우리은행은 CDS와 CDO에 총 15억8000만 달러를 투자했다가 1조620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업계 관계자들은 금융감독당국의 이 같은 간섭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한번의 투자 실패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리스크가 높은 상품에 투자했다가 한번 손실을 봤다고 움추려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면서 "지난해 쓰러지기 직전까지 갔던 미국의 투자은행들은 금융시스템을 보다 정교화하고 공격적으로 투자해 큰 이익을 올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대표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올 2분기 매출 137억6000만 달러, 순이익 34억 달러를 올렸다.
이는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인 지난해 동기에 비해 50% 가까이 순익이 늘어난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매출 중 78%는 리스크가 높은 트레이딩과 원금투자에서 발생했다.
전용식 우리금융지주 경영연구실 연구위원은 "최근 은행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리스크 관리"라면서도 "하지만 한번 실패했다고 투자를 못하게 한다면 금융기관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금융감독당국 및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 및 의사결정 시스템을 바꾸는 등 투자금융의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며 "만약 해외 금융기관 수준의 경쟁력을 쌓지 못한다면 덩치 큰 공룡들이 급격한 환경변화에 굶어죽는 것과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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