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민의 에너지 하나로 모아야 할 때

2009-08-2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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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국립묘지에 안장됐다. 이제 김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 발전에 대한 고견과 평화통일에 대한 가르침은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됐다.

김 전 대통령은 권위주의 정권 시절 민주화 투쟁을 하며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 속에서도 인동초(忍冬草)처럼 살았지만 고령에 찾아온 병고를 이기지 못하고 지난 18일 우리 곁을 떠났다. 이제 모든 나라 걱 정과 국민을 사랑한 마음은 남은 자들의 몫으로 남겨 놓고 저 세상에서 영면하길 다시 한 번 기원한다.

한국 현대사에서 김 전 대통령만큼 극적인 삶을 살며 큰 족적을 남긴 인물도 드물 것이다. 고인은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상업고등학교 졸업의 학력으로 국회의원 6선(選)을 거쳐 제15대 대통령에 당선 됐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야 간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룬 것도 민주화의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고인을 둘러싼 정치적 토양은 척박했다. 군사독재정권 때부터 ‘좌파’ ‘빨갱이’ 등 색깔론에 시달려온 고인은 대통령 재임 이후에도 끊임없이 보수 세력으로부터 비난을 받아야 했다.

남북정상회담은 최근까지도 그 역사적 의미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도외시한 세력에 의해 뒷돈 거래로 북의 핵개발을 도왔다는 식으로 매도됐다. 특히 남북 화해와 평화의 상징인 햇볕정책 역시 일방적 대북 퍼주기라는 비난 속에 존폐의 기로에 섰으며 최근에는 남북관계가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심지어 노벨평화상까지도 로비의 결과로 폄훼당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김 전 대통령이]의 지난 97년 우리 민족에 불어닥친 사상 초유의 외환위기 치적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위기에 빠진 우리 경제를 단기간에 살려 놓는 위업을 달성했던 것이다. 또 김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분단 반세기 만에 평양을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통해 냉전 시대를 종식시켰다. 이를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시킨 그 업적에 대한 평가로 우리나라 최초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됐다

김 전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우리나리의 민주주의와 통일 문제를 걱정했다. 고인은 한국의 민주주의와 민족화해에 큰 족적을 남겼지만 현 정부들어 오히려 퇴보하는 민주주의와 남북관계 경색을 보면서 안타까워했다.

이런 마음은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일기’ 4월 27일자를 보면 느낄 수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일기에서 ‘투석 치료를 위해 4시간 누워 있기가 힘들다..중략.. 지금의 3대 위기-민주주의 위기, 중소서민 경제 위기, 남북문제 위기- 해결을 위해 필요한 조언과 노력을 하겠다’ 고 다짐하고 있다. 당시 늙고 병들어 있었지만 나라와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은 김 전 대통령이 생을 마감 할 때까지 놓지 않았음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최근 냉전 시대를 방불케 했던 남북관계가 북측의 김 전 대통령 조문단 파견을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북측과 명분이 없어 고민하던 우리 정부로서는 북측 조문단 방문을 계기로 당국자간 만남으로 발전, 남북관계 개선 돌파구가 되고 있다. 이미 의제는 현안이 수두룩 한 만큼 양측은 포괄적인 남북관계 문제를 다룬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측 단장인 김기남 노동당 비서는 김 전 대통령의 빈소에 조문한 뒤 김형오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여러분을 만나서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자신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중을 받들어서 남측 당국과 폭넓은 대화를 할 의지가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등 대화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 결과 북측 조문단은 김 전 대통령 영결식날 청와대를 방문,이명박 대통령을 접견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메시지를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은 고인이 되어서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일부 이야기가 지나가는 이야깃거리가 아닌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이렇듯 김 전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김 전 대통령 영결식이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 거행됐다 많은 시민들과 외국 조문단이 함께 애도했다. 김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국장과 국회에서 빈소를 차렸던 것을 놓고도 일부에서 말이 있었다. 하지만 평생을 의회주의자로 살았던 김 전 대통령의 뜻을 되새긴다는 의미에서 전혀 손색이 없다.

이제 우리는 김 전 대통령이 남긴 유지를 받들어 폭력과 장외투쟁에 의존하며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일부 정치세력을 즉각 청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김 전 대통령을 보내면서 지역주의에 의존하던 낡은 정치를 끝내고 선진화를 향한 국민적 에너지를 어떻게 모아야 할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부국장겸 정경부장 양규현 to61@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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