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갈등이 그 대표적이다. 이들의 충돌이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대방의 사업 근간 자체를 무시하는 등 도를 넘어서고 있다.
최근 거대자본의 대형 유통업체들이 지역상권을 장악하려들면서 골목이 시끄럽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그것이다. 코너에 몰린 영세상인들은 ‘사업조정 제도’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사업조정제도는 대기업의 사업 진출 시기를 일정 기간 미루거나 품목을 제한, 중소기업이 자생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자는 취지다.
때문에 영세 슈퍼마켓 업주들은 동네 골목까지 진출한 SSM을 상대로 잇달아 사업조정 신청서를 내고 있다. 대기업 제품의 불매운동도 불사할 태세다.
이른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이들만이 아니다.
교보문고가 이달 말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문을 열 계획이 알려지자 서울시 서점조합은 지난 달 30일 교보문고를 상대로 사업조정신청을 냈다.
또 LG전자가 최근 정수기 시장에 뛰어들면서 기존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기존 정수기 시장은 웅진, 청호, 교원 등 3사가 약 75%를 점유하고 있고 나머지 시장을 군소 중소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LG전자는 현재 33% 수준인 정수기 보급률이 2012년에는 40%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기존 업체 제품과의 차별성이 있는 고급 정수기 시장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지난 4월 정수기 4개 모델을 출시한 LG전자는 석 달 만에 2000여 대를 판매했다.
사업 계열화 차원에서 새로운 업종에 진출하는 경우도 있다.
포스코는 자회사인 포스틸 수출물량 10% 정도를 담당하고 있는 대우로지스틱스 인수를 내부적으로 검토했다.
포스코와 함께 국내 연료탄 연간 운송 시장의 가장 ‘큰손’인 한국전력 역시 운송비 절감 차원에서 해운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력 발전자회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 선사들을 운임료는 외국 선사들과 비교해 높은 편”이라며 비용절감차원에서 해운업 진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의 종합 물류회사 글로비스는 종합 해운업체로 발돋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미 자동차 운반 전용 중고선박 3척을 구입, 지난달 1일 현대·기아차 수출차 4000대를 운송했다.
이에 대해 대형 중소 해운선사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양홍근 한국선주협회 이사는 “포스코와 한전의 철광석 및 연료탄 연간 운송 규모는 1억3000만t에 이른다”며 “이들이 해운업에 진출할 경우 40여개 중소 선사들이 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는 해운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형화주의 해운업 진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대형화주와 중소해운사들의 충돌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아주경제= 박상권·김병용 기자 kwo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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