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과학과 교수(경제학 전공) |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이 소득연계형 학자금 대출제도와 같이 교통법규위반 범칙금을 소득에 연계해 부과하는 방법을 국무회의에서 언급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이후 노르웨이·영국과 같은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는 교통법규위반시 벌금이 소득에 비례하여 부과되고 있다는 보도도 접할 수 있었다.
또한 벌금의 공평성과 효과성 측면에서 소득연계형 벌금제도가 바람직할 수도 있다는 연구 논문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인식하지 못한 점이 있다.
소득연계형 학자금 대출제도와 교통법규위반에 대한 소득연계형 벌금제도를 동일 선상에서 이해하려는 것은 교육과 교통법규위반의 경제적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점을 간과한 견해다.
어떤 사람이 교육을 받으면 그 효과는 교육받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구성원에게도 돌아간다.
교육받은 사람은 습득한 지식을 이용해 보다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기 때문에 직업구하기가 쉽고 봉급도 전보다 많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정부의 보조금이 설사 없더라도 더 좋은 교육을 받을 유인을 갖게 마련이다.
교육은 기본적으로 피교육자 자신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뿐 아니라, 피교육자가 주변의 타인과 그 지식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타인에게도 도움을 준다.
즉 교육은 학생 개인뿐 아니라 사회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요즈음 젊은 세대 용어로 착한(긍정적) 외부효과가 있다. 긍정적 외부효과가 있는 행위는 사회후생 증진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국가가 보조금을 주어 장려하는 것이 당연시 된다.
특히 저소득층 자녀가 교육을 잘 받아 경제적으로 자립을 하고 가족의 생계를 부양한다면 소득불평등이 줄어들어든다.
이로써 우리사회는 보다 살기 좋은 사회, 공평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교육을 통한 저소득층 자녀의 빈곤탈출은 그만큼 긍정적 외부효과가 큰 것이다.
따라서 소득연계형 교육보조금 지원정책은 단순히 서민을 재정적으로 돕는 정책임은 물론 사회전체의 후생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효율성 높은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서비스와 다르게 교통법규위반 행위는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고, 교통사고 발생시 가해자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직·간접적인 피해를 초래한다.
교통사고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정신적·신체적·경제적 피해를 보게 할 뿐 아니라 교통혼잡을 야기하여 많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교통법규위반 행위는 사회·경제적으로 부정적 외부효과를 수반하는 것이다.
어떤 행위가 부정적 외부효과를 수반할 때 정부는 대개 세금이나 벌금 또는 형벌을 통하여 해당 행위를 억제하려고 한다.
휘발유 소비세가 높은 것은 이소비행위로 환경이 오염되고 유발하고 교통체증을 간접적으로 일으키는 부정적 외부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담배소비세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휘발유와 담배소비에서 쉽게 알 수 있는 것 처럼 부정적 외부효과는 두 재화의 소비량에 비례하여 증가한다.
부정적 외부효과를 억제하기 위한 세금의 크기는 부정적 외부효과와 비례하여 증가하는 것이 옳고, 실제로 휘발유와 담배를 많이 소비하는 사람은 그만큼 세금을 많이 내도록 돼 있다.
같은 맥락에서 교통법규위반 행위에 따른 벌금도 교통법규위반 행위의 회수와 외부효과의 크기에 따라 벌금액수를 정해야지, 소득수준에 따라 교통법규위반자의 벌금규모를 다르게 할 아무런 경제적 근거가 없다.
휘발유와 담배 소비세까지 소득에 따라 다르게 해서 이들 상품 가격도 소득수준에 따라 다르게 하고, 나아가 모든 재화의 가격을 소득수준에 따라 다르게 하자고 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사회적 형평성에 대한 열정이 지나쳐 냉정한 이성을 압살하는 우중사회로 나아가지 않기 만을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