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재보선 출마를 선언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의 거취에 박근혜 전 대표, 정몽준 최고위원, 이재오 전 최고위원 등 당내 거물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보선 출마를 앞두고 박 대표의 당 대표직 사퇴 여부는 이들의 당내 입지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한나라당의 대다수를 이루는 친이(친이명박)계를 비롯해 정몽준 최고위원 측은 내심 박 대표의 사퇴를 원하고 있다.
대표직을 유지한 채 출마했다가 자칫 패배하기라도 하면 야당이 내세우는 ‘이명박 정권 중간심판’의 정당성을 강화해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정 최고위원 측도 “현재로선 조기 전당대회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만큼 당헌·당규에 명시된 대로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박 대표 사퇴를 바라는 눈치다. 당 규정상 박 대표 사퇴 시에는 지난해 전대에서 2위를 한 정 최고위원이 대표직 승계 1순위가 된다.
또 차기 대권주자인 그로서는 당 대표직은 대선행보를 향한 큰 발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박 대표 본인이 대표직 유지를 희망하는 만큼 속단은 이른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박 전 대표 측(친박계)이 정 최고위원의 대표직 승계를 순순히 받아들일 리 없다.
조기 전대를 통한 원내진입을 꾀하는 이 전 최고위원의 경우 박 대표가 사퇴하길 바란다는 점에선 정 최고위원과 같은 입장이다.
하지만 박 대표의 사퇴가 늦어지면서 9월 조기전대가 사실상 물 건너가자 낙심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박 대표 사퇴로 생기는 최고위원 빈자리를 채우는 형식의 복귀 외에는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그는 최근 “당분간은 중앙대 교수 자리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이다.
반면 박 전 대표는 “10월 재보선 승리를 도와 달라”는 당의 요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대권주자로서 정 최고위원이 날개를 다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그가 박 대표의 선거운동을 측면지원 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무성하다.
‘선거의 여왕’ 박 전 대표라는 당선 보증수표가 있는 만큼 박 대표도 굳이 대표직을 버릴 필요는 없는 것이다.
박 전 대표 자신도 박 대표의 대표직 유지를 지원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만약 박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하면 조기 전대 가능성이 불거지고 정치적 ‘앙숙’인 이 전 최고위원의 원내진입 가능성도 그만큼 유력해지기 때문이다.
친박계 한 중진의원은 “박 전 대표는 예나 지금이나 선거는 관여치 않고 지금도 지도부가 알아서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강릉 재보선 선거사무소를 방문하는 등 그의 행보가 달라지고 있다.
아주경제=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