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정 연기는 11·13·14·15일에 이어 다섯 번째로써, 현 회장의 방북일정은 2박 3일 일정에서 7박 8일로 늘었다.
16일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 일행의 체류 일정이 하루 더 연장됐다"며 "17일 도라산 남북출입국사무소를 통해 귀환한다"고 밝혔다.
또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면담도 아직까지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 회장의 연이은 체류일정 연기 배경에는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 불발이 가장 큰 이유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현 회장이나 우리 정부의 입장과 북한의 기대치 사이의 간격이 예상보다 커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금강산과 개성관광 재개, 개성공단 정상화, 백두산 사업 재추진 등을 보장해주기에는 현대의 보상이나 우리 정부가 건넨 대북 메시지가 성에 차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강산관광이 재개될 경우 현금이 북한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유엔 등 국제공조를 통해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한 지난 15일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밝힌 대북 메시지가 북측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핵무기는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북한의 장래를 더욱 어렵게 할 뿐"이라면서 "저는 어떻게 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는지 마음을 열고 대화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지난 대선기간 내놨던 'MB독트린'과 큰 틀에서 궤를 같이하고 있어 북측이 판단하기에는 발전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현 회장과 현대그룹 측이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입장도 현 회장의 방북 일정이 연기되는 이유로 꼽힌다.
현대아산은 지난해 고 박왕자씨 피살사건으로 금강산 및 개성관광이 중단되면서 막대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이로 인해 현대그룹 역시 발목을 잡히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이번 현 회장의 방북으로 대북사업에 돌파구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며 절실함을 숨기지 않았다.
현 회장과 김 위원장과의 면담 성사 여부에 따라 금강산 및 개성관광 재개, 개성공단 정상화, 연안호 석방 등 남북 현안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금까지 현 회장의 일정에 대해서 알려진 것은 북한의 대남 실세이자 김 위원장의 최측근인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만난 것이 전부다.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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