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농업이 농약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농약을 안썼을 경우 병충해로 인해 사과 수확량은 90% 이상 줄어든다. 오이도 농약을 안쓰면 같은 비율의 피해를 입는 작물이지만, 다행히도 매년 씨앗을 뿌릴 수 있다. 그러나 사과는 그럴 수도 없다.
평년의 10% 이하 수확이라는 큰 피해를 입은 나무는 이듬해 꽃마저 피우지 못한다. 꽃이 안 피면 당연히 열매도 맺을 수 없다. 다시말해 무농약 재배를 2년간 계속하면 사과수확은 거의 제로가 된다는 뜻이다.
기무라 씨 역시 무농약 사과재배를 시작한 후 수년동안 번번히 실패하면서 빚과 가난에 쪼달려 자살까지 기도한 적이 있다. 목을 매려고 찾아간 산속에서 비료도 농약도 없이 도토리가 주렁주렁 매달린 도토리나무를 보게된 기무라 씨는 그 비밀이 바로 뿌리가 잘 자랄 수 있는 흙에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죽음의 문턱에서 ‘나무만 보고 흙은 보지 못했다’는 섬광 같은 깨달음을 얻은 기무라 씨는 그날 이후로 사과밭에 콩을 심고, 잡초를 베지 않고 그대로 두면서 땅을 살려나가기 시작했다. 갖가지 생명체가 서로 견제하고 도움을 주면서 자연스럽게 땅심이 길러지도록 한 결과,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무농약∙무비료의 자연농법을 완성한 것이다.
기무라 씨가 생산한 ‘기적의 사과’로 만든 최고의 수프를 내 놓는 도쿄의 프랑스 레스토랑은 1년후까지 예약이 꽉 찼을만큼 일본에서는 인기다. 산지직송으로만 사과를 판매하는데도 너무 유명해서 생산량이 주문량을 따르지 못한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지난 1년동안 그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논란, 중국산 분유의 멜라닌 파동, 쌀 직불금 부정수급, 농협 개혁, 농어업 선진화계획 등 구조적으로 얽히고 썱힌 실타래를 하나하나씩 원만하게 풀어 왔다.
특히 그는 주말마다 빠짐없이 농어촌 현장을 방문해 농어업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직접 방문하지 못한 농어촌 주민들과는 장태평의 새벽정담(http://taepyong.tistory.com)이란 개인 블로그를 통해 온라인상에서 24시간 소통하고 있다. 최근엔 한 줄 블로그인 트위터 (http://twitter.com/taepyong)까지 시작했다. 이처럼 ‘온라인 장관’으로 통하는 장 장관의 인터넷 이름은 ‘태평짱’이다.
그동안 구조적인 난제들을 큰 잡음없이 원만히 해결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농어민들과 직접 소통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기 때문이다. 지난 1년동안 ‘농정개혁’을 강조해온 장 장관이 취임 2주년의 농정목표를 ‘국민과 함께, 자연과 함께’로 정했다.
‘국민과 함께’는 그동안 국민들로부터 보호받는 위치에 있었던 농어민들이 이제는 성년이 됐기 때문에 국민에게 보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자연과 함께’는 땅을 살리는 친환경적인 농법 보급으로 국민이 원하는 농식품, 안전한 농식품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자연과 하나가 되는 농법을 강조하고 있는 장 장관의 취임 2주년 농정목표가 ‘기적의 사과’처럼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닌, 자연을 위한 농업, 농촌발전을 위한 농정이 되길 기대한다.
아주경제= 박재붕 기자 pjb@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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