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권의 싱글 톨 아메리카노) 가슴 설레는 '얼굴'…우린 언제쯤

2009-08-1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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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가 얼마전 CI(Corporate Identity)를 교체했다. 좌측에 영문 ‘OB’를 맞들고 있던 두 마리의 곰을 없앴다.

대신 기존 오비맥주 고유의 색상과 로고 타입을 그대로 살렸다. 여기에 젊음과 도약, 열정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형상화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변경된 새 CI의 핵심역량은 ‘PRIDE’다.

‘PRIDE’는 ‘Process(체계적인 방법)’ ‘Recognition(아낌없는 칭찬)’ ‘Informality(열린 문화)’ ‘Drive(끊임없는 열정)’ ‘Ethics(정도경영)’의 첫 글자를 딴 것으로 오비맥주의 새로운 각오와 의지를 담고 있는 뜻이란다.

이 보다 앞서 지난 4월엔 동원그룹도 CI를 바꿨다. 부드럽고 산뜻한 컬러를 통해 전문성과 신뢰성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젊고 유연한 이미지를 표현했다.

동녘 '동(東)'자가 지구 위에 펼쳐진 심볼과 영문로고의 조화는 동서양의 융합을 뜻한다.

변경된 CI는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고객에게 필요로 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의미다.

이처럼 기업들이 새 CI를 바꾸는 데 드는 돈은 수천억원에 이른다. 이런 돈을 들여도 아깝지 않은건 CI가 기업이 ‘얼굴’이기 때문이다.

CI의 원조는 중세 유럽의 문장(紋章)이다. 문장의 12세기 기사들이 얼굴까지 뒤덮는 투구를 쓰면서 탄생했다.

투구로 시야가 좁아져 ‘피아(彼我)’를 알 수 없게 되자, 방패에 무늬를 그려 구별했다. 초기 문장이 대부분 방패 모양인 것은 그래서다.

레온하르트는 ‘문장대감’에서 고대 그리스인은 원형 방패에 무늬를 새겼고, 로마는 군단별로 방패 무늬가 달랐다고 적고 있다.

왕족과 귀족들의 전유물이던 문장이 서민에 이어진 건 상인 조합인 ‘길드’를 통해서다.

빵집은 빵, 재단사는 가위, 목수는 도끼와 자 등을 문장으로 만들어 썼다.

주방용 칼의 대명사 헹겔의 쌍둥이는 대장장이의 심벌이었다. 창업주 요한 피터 헹겔은 독일 졸링엔 마을에서 이 지방 영주에게 군인용 단검을 납품했는데 그때 쓰던 문장을 1731년 상표로 등록했다.
 
이게 지금 쌍둥이표 헹겔의 상징이 됐다.

세계 최대 식품회사 네슬레의 심벌마크 ‘작은 새 둥지’는 스위스 네슬레 가문의 문장을 변형한 것이다.

또 캐달락의 라디에이터 그릴에서 빛나는 왕관과 방패 모양의 엠블럼은 캐딜락 가문의 문장에서 따 온 것이다.

포르쉐의 엠블럼은 슈투트가르트시(市)의 문장 중 ‘앞발을 쳐든 검은 말’에서 빌려왔다.

우리는 하루 평균 1500여개의 로고·엠블럼 등 기업의 얼굴을 만난다고 한다.

이들 중 최고의 ‘얼굴’을 공고대행사 사치앤드사치의 대표 케빈 로버츠는 ‘러브 마크(Love Mark)’라고 불렀다.

최고의 기업은 고객의 가슴 속에 ‘사랑처럼 깊은 자국’을 남긴다는 뜻이다.

그는 몇 해 전 러브마크의 기업으로 할리 데이비슨과 스타벅스 등을 꼽았다.

그러나 우리 기업 중엔 딱 떠오르는 러브마크가 없다. 흔히 정치와 경제는 그 나라 국민 수준을 따라간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로고만 봐도 가슴이 절로 설레는 ‘얼굴’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

아주경제= 박상권 기자 kwo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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