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안에 들어서자 건물 곳곳에 남아 있는 불에 타고 파손된 흔적들이 76일간 '전쟁'이 이어진 현장이었음을 실감하게 했지만 설비는 큰 파손 없이 온전했다.
도장2공장 설비는 노조원들이 생활하던 공간과 구분돼 있는 구조여서 농성 중에도 드나들지 않았던 것으로 보였다.
노조원들이 비상발전기가 가동될 수 있도록 수시로 연료를 채워 도장용 도료가 전혀 굳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상발전기가 없어 전력공급이 차단됐던 도장1공장도 상태가 양호해 빠르면 오는 10일부터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판단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시설 점검을 해 봐야 하겠지만 노조원들이 생산 설비는 건드리지 않은 것 같다"며 "청소를 마치면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공장을 재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공장 곳곳은 여전히 노사 갈등의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북문에서 도장삼거리를 따라 도장2공장으로 이어진 도로에는 노조원과 경찰간 치열한 공방이 이어진 탓에 볼트가 나뒹굴었고 노조원들이 장애물로 설치한 철제 구조물도 미처 치워지지 않은 상태였다.
건물마다 유리창이 크게 파손돼 있었으며, 노조원들의 방화로 불에 탄 차량도 여기저기 눈에 들어왔다.
도로 바닥은 시커멓게 그을려 기름냄새가 진동했고 차를 타고 도장2공장으로 가는 동안 바퀴에 화염병으로 사용한 유리병 조각들이 밟히는 듯한 소리가 계속해서 났다.
치열한 야전이 펼쳐졌던 공장 안을 가로질러 노조원들이 본거지로 사용했던 도장2공장에 도착했다.
베일 속에 가려진 채 궁금증을 자아냈던 도장2공장에 들어서자 페인트와 오물 냄새가 뒤섞여 역겨운 냄새를 풍겼다.
유일하게 출입문으로 사용됐던 1층 문 앞에는 약 1.5m 크기의 쇠파이프가 쌓여 있었고 여기저기 생수통과 컵라면, 부탄가스통 등 각종 쓰레기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4층의 중앙계단 오른쪽에 무기 제조를 하던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40㎡ 정도 크기의 이곳에는 만들다 만 다연발 사제총과 표창, 절단기, 끝을 뾰족하게 간 창 등 갖가지 사제 무기들이 있었다.
옥상으로 이어진 통로를 따라가자 이번엔 무기보관창고와 식량창고가 나타났다.
무기보관창고에는 1천500여개의 화염병과 다양한 형태의 볼트총, 가늠자와 가늠쇠까지 있는 다연발 사제총, 석궁, 시너통, 일회용 부탄가스 등이 가득했다.
식량창고에는 10㎏와 20㎏짜리 쌀 38포대, 화장지, 컵라면 4천여개, 생수 2ℓ짜리 1천200여개와 0.5ℓ짜리 400여개가 보관돼 있었다.
경기지방경찰청 과학수사팀 관계자는 "날짜별로 식량을 반출한 장부까지 있어 이곳에서 조합원들에게 식량을 나눠준 것으로 보인다"며 "많은 식량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노조원들이 장기전에 대비한 것 같다"고 했다.
옥상에는 경찰 진입을 막기 위해 노조원들이 사용하던 볼트통, 시너통, 투척용 알루미늄 휠 등이 즐비했으며, 지휘소로 사용한 듯한 천막에는 탈진 방지용 소금통도 놓여 있었다. 한쪽 구석에는 소변이 담긴 생수통이 쌓여 있었다.
1층부터 4층까지 생산라인을 제외한 모든 통로에는 돗자리가 깔려 있어 노조원들의 잠자리였던 것으로 보였다.
지난달 9일 정전사고 이후 전력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탓에 통로는 어두컴컴했고 공기는 매우 습했다.
각층 화장실마다 오물이 쌓여 냄새가 진동했고 벽은 투쟁구호와 낙서로 지저분했다.
1층은 공장 뒷 쪽 출입문 하나만 남겨 놓고 다른 출입문은 장애물을 쌓아 놓거나 용접을 해 드나들지 못하도록 했으나 1층부터 4층까지 이어진 중앙계단은 알려진 것과는 달리 아무런 장애물도 없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