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의 '치킨게임'이 사실상 막을 내렸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등 국내 업체가 불황 속에서도 월등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반면 해외 업체는 대규모 손실에 따른 후유증으로 하반기 잿빛 전망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하반기 침체기를 거치면서 벌어진 실적 격차가 올 하반기에 더욱 심화될 것이란 예상이 뒤따르고 있어 국내 기업의 '독식 시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韓 기업, 올 하반기 혈투 반도체 시장서 '독주' 예고
반도체 시장조사업체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올 3분기에 국내 업체의 주력 품목인 D램 반도체 가격이 10.2% 오를 전망이다.
해외 경쟁업체보다 2년 가량 앞선 공정 기술과 과감한 투자까지 더하면 한국 기업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조짐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지난 2분기에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의 회복으로 전분기 대비 약 20% 이상 성장했다. 그러나 2분기 영업이익이 흑자를 기록한 기업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유일하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매출이 전분기(5조2200억원)대비 18% 증가한 6조1400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2400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이닉스도 2분기 영업손실 2110억원을 기록해 적자폭을 크게 줄였으며, 7월부터는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닉스의 영업손실률은 12.5%로, 엘피다의 약 1/5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 4일 일본 D램 업체 엘피다는 2009 회계연도 1분기(4월1~6월30일) 매출 726억엔, 영업손실 423억엔을 기록했다. 영업손실률은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는 58.3%에 달했다.
도시바도 회계연도 1분기(4~6월)에 376억엔의 영업손실을 입어 적자 폭이 확대됐다. 소니와 샤프은 각각 257억엔, 261억엔 손실을 기록해 적자를 이어갔다.
미국의 마이크론은 2009 회계연도 3분기(3~6월)에 매출액 11억600만 달러, 영업손실 2억4600만 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해외 경쟁업체가 지난 2년 간 계속된 '치킨게임'의 후유증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 속에서 국내 기업은 업황의 회복세에 힘입어 기술 차별화에 역점을 두고 시장 잠식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부터 40나노급(1나노 = 10억분의 1m) 미세공정을 적용한 DDR3 2기가비트(Gb) 제품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30나노급 공정개발도 진행 중에 있다.
또 SSD(Solid State Disc) 시장 개척을 위해 올해 30나노급 SSD 개발을 마치고 내년초부터 본격적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하이닉스도 3분기 중 1Gb, 4분기 중 2Gb 제품을 양산하고, 연말까지 DDR3 D램의 생산 비중을 전체 D램 생산의 50%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1년 이상 기술 격차가 벌어지면 따라잡기가 어려운 만큼 향후에도 지금과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국내 업체와 해외업체와의 경쟁력 격차는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미 '승리자' 반열에 올랐다 = 반도체 업계의 치킨게임이 국내 기업의 승리로 끝났다는 평가가 굳어지고 있다.
삼성증권이 주요 반도체업체의 D램시장 점유율(출하량 기준)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은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61%로 추정됐다. 이는 전년동기(47.9%)에 비하면 무려 13.1%포인트 높은 수치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지난해 2분기 28.8%에서 올해 2분기 37.2%로 증가했다. 하이닉스도 같은기간 19.1%에서 23.8%로 확대됐다.
반면 파워칩과 프로모스, 난야 등 대만 3개사는 지난해 2분기 22.2%에서 올해 2분기 13.8%로 점유율이 8.6%포인트 급락했다. 지난해 2분기 8.9%를 기록했던 독일계 키몬다가 파산한 점을 감안하면 이미 국내 업체가 시장을 석권했다는 분석이다.
김지수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와 내년에 비록 수요가 저조하더라도 수급 여건은 개선될 가능성이 커 하반기 이후 메모리 시장은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며 "원가 경쟁력과 미세 공정기술을 모두 갖춘 국내 기업이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