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일 밝힌 온실가스 배출 감축목표 3가지 시나리오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각각 21%, 27%, 30%를 감축시키는 것이다.
이를 2005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절대기준으로 환산하면 각각 8%증가, 동결, 4% 감소시키는 것에 해당한다. 이는 EU가 개도국에 대해 요구하는 BAU 대비 15~30% 감축 권고안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정부는 이 3가지 시나리오에 대한 세부적인 국민 여론 수렴 절차를 거쳐 목표를 설정한다는 계획이다.
김상협 청와대 미래비전비서관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난 15년간 2배나 증가해왔던 그간의 추이를 감안할 때 향후 15년간 소폭 증가 또는 감소하는 수준을 목표로 제시한 것은 획기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려면 더 많은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 3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 것은 지나치게 일방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3가지 시나리오,21~30% 온실가스 배출감축
온실가스 배출전망(BAU)와 감축시나리오 비교 (단위:백만톤CO2) |
첫 번째 시나리오인 21% 감축은 경제적 이익이 되는 비용 효율적 기술 및 정책을 최대한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단열을 강화하고 LED를 보급한 '그린빌딩'보급 확대 △LED 등 고효율 제품 보급 △저탄소·고효율 교통체계 개편 △산업계 고효율 공정혁신 △신재생에너지 및 원전확대 등을 제시했다.
이중 그린홈, 그린빌딩 보급은 단기적으로 비용이 발생하지만 투자 후 장기간에 걸쳐 에너지 절감 이익이 발생하는 감축수단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지난해 8월 제3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확정된 신재생에너지 및 원전확대 정책을 반영하고 스마트그리드 보급정책도 일부 반영하기로 했다.
두번재 시나리오는 BAU 대비 27% 감축으로 2005년도 절대량 대비 동결을 목표로 한 것이다. 배출량 정점은 2015년으로 이후 감소하는 방향으로 설정됐다.
'시나리오 1'과 함께 변압기·냉매 등에 있는 지구 온난화 지수가 높은 불소계 가스를 제거하고, 하이브리드자동차, 바이오연료 등의 보급을 목표로 한다. 이와 함께 국제적 기준의 감축비용 수준인 CO2 톤당 5만원 이하의 감축수단이 추가 적용된다.
CO2 1톤이란 2000cc급 자동차가 서울과 부산을 5번 왕복한 거리인 5000㎞를 주행했을 때 배출되는 양으로 우리나라 1인당 연간 배출량(2005년 기준)은 11.1톤에 달한다.
새번째 시나리오는 BAU 대비 30% 감소가 목표이며, 이를 달성하면 2005년 대비 4% 감소된다. 이는 유럽연합(EU) 등에서 요구하는 개도국 최대 감축수준이다. '시나리오 2'와 함께 차세대 그린카, 최첨단 고효율제품,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기술(CCS) 등 감축비용이 높은 수단이 적극 도입된다.
◆시나리오별 파급효과...GDP 2%투자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대책을 추진하지 않을 경우 직접적인 경제손실만 매년 최소 GDP의 5% 감소와 국민건강 등 간접적 영향까지 고려할 경우 최대 GDP 20%가 감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EU 등 선진국에서 온실가스 규제를 무역장벽으로 활용하기로 함에 따라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EU는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기준을 오는2012년부터 130g/km, 2020년 95g/km으로 강화하고 미달할 경우 벌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미국은 2020년부터 온실가스 규제가 없는 국가의 수입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이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은 전세계인 필수목표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5위 자동차 생산국인 우리로서는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또 저탄소 녹색기술 신산업에 있어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서라도 온실가스 감축은 반드시 추진해야할 과제다. 미국의 친환경 컨설팅 기관인 클린 엣지(Clean Edge)의 2008년 보고서 '클린 에너지 트렌드'에 의하면 신재생에너지 시장 규모는 지나2007년 773억 달러에서 2017년 2549억 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정부는 아울러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함으로써 저탄소 녹색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를 통한 생산 및 고용이 증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3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온실가스를 감축할 경우 2020년 국내총생산(GDP)에 각각 -0.29%, -0.37%, -0.49% 정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발표된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5개년계획'에 따라 녹색성장 추진에 2013년까지 5년간 총 107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신재생에너지산업 및 에너지효율성제고산업에서 총 182~206조원의 추가 생산유발효과가 발생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기종 녹색성장위원회 기획단장은 "지난 7월 발표한 저탄소 녹색성장 국가전략 5개년 계획에 따라 2013년까지 107조원, 연간 24조원 정도 GDP 2% 규모로 녹색투자를 한다고 돼있다"고 말했다.
◆정부,산업계,국민의 유기적 동참 필요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 국민, 산업계 전반의 공동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에너지효율기준 등 선진국 수준의 규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또 민간주체의 초기 투자비용을 금융 및 세제지원을 통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연구개발(R&D) 지원 및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배출권거래제 도입 및 환경친화적 세재개편을 추진하기로 했다.
산업계는 버려지는 에너지원을 적극 활용하고 대체연료 사용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하이브리드차, LED 디스플레이 등 친환경 고효율 제품 개발 및 생산도 확대된다.
이와 함께 화력발전을 신재생에너지 등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전환하고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 개발 및 도입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 또한 환경마크, 탄소라벨링 등 저탄소·친환경제품에 대한 소비를 확대하고 적정 냉난방온도를 유지하는 등 생활 전반의 녹색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김형국 녹색성장위 위원장은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은 기업들의 조기 대응을 유도함은 물론, 녹색기술 산업에는 새로이 열리는 녹색시장 선점을 통한 성장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외적으로는 자발적으로 감축 목표를 설정해 발표할 것이라는 약속을 국제사회에 이행하는 것으로, 오는 12월 코펜하겐 당사국 총회를 앞두고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야심찬 목표안은 개발도상국 기준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려는 노력도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성조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은 "정부안은 개발도상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주장하면서도 유독 이 부분에서만 개도국 기준에 맞추려는 것은 납득할수 없다. 적어도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20%의 온실가스를 줄이는 수준이 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희정 기후변화센터 사무국장은 "이번 감축안을 본 전문가들의 평가 중에는 '기술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정부가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먼저 듣고서 시나리오를 짰어야 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이나연 기자 n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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